나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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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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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너 몇 살 먹었어?”

대화 도중 자신에게 좀 불리해지는 상황이 되거나, 말이 막히기라도 하면 늘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논리가 밀릴 때 하면 대체로 나오는 반응이다. 나이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소리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나이를 확인하는 습관은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더 심한 편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남자들이 여자보다는 위계적인 사회(가령 군대라든지)에 더 노출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들이 기본적인 심리적 성향이 위계적인 관계 맺기가 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상대방의 나이를 정말 궁금해 한다.

십 수 년 전 강의를 처음 하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나의 나이가 무척이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교수님은 나이가......?”이런 질문을 많이 했었다. 그때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이를 이야기해줬다. 그러면 사람들의 반응이 대체로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하나는 “아 그러시군요. 많으시네요. 저는 그것보다 더 어리게 봤는데. 동안이세요.” 다른 하나의 반응은 “아~그러시구나.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저 보다 많은 줄 알았는데......”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보다 나보다 한두 살, 혹은 다섯 살 이내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나의 나이를 알고 난 뒤 반응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음... 나보다 동생이네.’식의 눈빛과 말투가 내게 전달된다. 나이 때문에 나는 위에 놓이기도 하고 아래에 깔리기도 한다.

대체로 우리가 말하는 나이는 시간의 흐름에 의한 것이다. 태어난 날부터 살아온 날의 시간의 흐름, 그것이 1년을 넘기면 2살, 10년을 넘기면 11살이 되는 식이다. 그런데 나이는 그렇게만 보지 않고 다양하게 나이를 나눌 수도 있다. 보통 나이를 다섯 가지 종류로 많이 나눈다. 먼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다. 두 번째로 생물학적 나이다. 이 것은 건강 수준을 통해 그 사람의 신체적 건강의 나이를 가늠한다. 즉, 건강관리를 잘해서 나이는 60대인데도 40대의 신체적 나이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대인데도 60대의 생물학적 나이(세포 나이)를 가진 사람이 있다. 세 번째는 사회적 나이다. 이 나이는 지위나, 서열에 의한 사회가 요구하는 나이를 말한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경험하는 군대 먼저 들어온 선임의 나이를 말한다. 선임이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어른이고, 위계질서상 위에 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신병의 나이는 어린아이와 같다. 사회 통념 상 나이를 떠나 어른으로 대접하는 정치, 종교, 법조계의 직업들도 사회적 나이에 영향을 받는다. 네 번째는 정신적 나이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정신연령이 어린 사람이 있다. 철없는 어른, 애 늙은이 등이 이에 속한다. 다섯 번째는 자각의 나이다.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나이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늘 자신을 젊다고 생각하고 젊게 사는 60대 청년이 있고, 나이가 얼마 되지 않은 데도 꿈과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 20대 노인이 있다.

지난겨울 우리 집에 1박 2일 놀다간 호주 청년과의 대화에서 느낀 바가 크다. 그가 보여준 휴대폰 속 친구들의 사진에 내가 물었다. “모두 친구? 그런데 이 친구는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데 나이가?”그런데 그 호주 청년은 친구의 나이를 몰랐다. 한 번도 친구의 나이를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서로 생각이 맞고, 취미, 가치관이 맞아서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많이 사용하지만 외국인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영어 회화가 “How old are you?“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는 늘 나이가 궁금하다. 우리도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궁금해 하고, 그들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궁금해 했으면 좋겠다.

오늘 글을 쓰며 나를 한번 돌아본다. 혹여나 나 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사람 앞에서 나이를 무기 삼아 그들을 아래에 두는 사람은 아니었는지. 나이로 사람들을 나누고 구분 짓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그리고 다짐해 본다. 내세울 것이 ‘나이’밖에 없는 그런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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