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닦는 것은
네가 그리워서만은 아니다
구두 잃고 길 떠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따라가며 헌 구두를
새 구두로 하나씩 나눠주기 위함이다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 것은
하루 내내 길바닥 걸어간 행고의 마음 벽에
외로이 앉아서 한숨 닦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세상 별빛이 되라
손짓하는 것이다
고독이 저녁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것은 삶을 담는 것
삶 위에 내려앉은 무게를 닦아내는 것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눈 내리는 골목길 걸어가는
사람들은 별 하나씩 가슴에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 따라오는
별바람 소리에
가랑잎 굴러가는 겨울저녁 한 때처럼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구두를 닦는 것은 자신의 심성을 닦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행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기 위함이다. 또 한편으로 삶을 담아내는 슬픈 노역이기도 하다. 흐릿한 마음의 거울을 닦아야 비로소 칼칼한 양심이 살아 누군가의 은혜가 되고 밝은 길을 인도하는 목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