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하며 살지 말자고
새해 첫날 자신과 손가락 걸었다
하루 이틀 사흘 ㆍㆍ열흘
아프고 쓰리고 답답하고
소리치고 울고 싶은데 어쩌랴
다시 가면을 쓴다
나는 착하다 즐겁다 기쁘다 행복하다
그 또한 살아가는 방법이란다
어찌 가슴을 다 열어 보이고 살겠느냐고
동갑내기 친구가 따끔하게 질책을 한다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우리 삶의 괘종시계인 얼굴에는 그 사람의 온갖 희로애락이 다 쓰여 있다. 제아무리 ‘척’의 가면을 쓴들 어찌 숨기랴마는, 그래도 내색 안고 살아가는 것 또한 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친구의 질책에 씁쓸한 감회에 젖는 화자의 감성이 애잔하다. -안종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