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한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한가
  • 승인 2019.09.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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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뜨거운 감자’인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면 여론이 곧 잠잠해 질 것으로 예상했던 집권층의 기대와는 달리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 당기는 ‘블랙홀’로 진화되고 있다.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로 인한 ‘10대 90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외쳤던 그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밝혀주는 촛불로 생각했는데, 다른 카메라 앵글에 잡힌 그의 민낯은 자녀 입학에서부터 펀드 조성까지 의혹투성이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조국은 페이스 북을 통해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일면 타당한 것 같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모순점이 발견된다. 하나는 사람들은 그 자신이 반드시 용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열심히 노력하면 용이 될 수도 있다는 계층이동에 대한 희망의 싹을 잘라 버린 것이며, 다른 하나는 본인의 자녀들은 반칙을 통해서라도 용으로 만들려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한가? ‘평등’이 강조될 때마다 학생들에게 이 말에 현혹되지 말고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하라고 한다. 사실 강의실은 그나마 평등하다. 왜냐하면 평가대상이 교과목이고 평가기준도 시험, 각종 보고서, 출석, 수업 태도 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는 평가 기준이 다르다. 가정 형편이나 부모 등 주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불평등하다. 따라서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제도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불평등은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그리고 마르크스와 존 스튜어트 밀을 비교해 보면 꼭 부자이고 조기 교육을 받는다고 성공하고, 가난하고 조기 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실패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유복하게 자랐으며 하버드대에 진학 후 중퇴하고 21살의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양자로 입양되어 불우한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학업을 그만둔 후 애플을 창업하여 우여곡절 끝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태블릿 컴퓨터를 발표하면서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밀과 마르크스도 비슷하다. 밀은 유명한 철학자인 그의 아버지가 벤담과 자신이 죽은 후에 공리주의의 전파와 실천을 이어갈 지식인으로 양성한다는 명시적인 목표를 가지고 양육된 결과 큰 학자가 되었다. 반면 마르크스는 자유롭고 교양 있는 가정에서 성장하여 베를린 대학을 졸업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대학에서 강연이 좌절된 후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지적탐구를 통해 <자본론>을 출간하면서 세상의 틀을 바꿔버렸다. 게이츠와 밀은 사교육을 받은 반면 잡스와 마르크스는 그렇지 못했지만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후자다.

그렇게 본다면 자신이 가진 부보다는 오히려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교육은 제도권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밥상머리 교육이 오히려 더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교육 평등에 위반되므로 규제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능력도 되고 공부하려는 의지도 강하지만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유형의 장학 혜택을 통해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부의 차이로 인한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고 학력과 경제력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타파하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 또한 제도권 밖의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일에 열성적인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재정립할 때 오히려 평등사회를 구현하는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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