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놀이터가 필요하다
어른이 놀이터가 필요하다
  • 승인 2019.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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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어린 시절 “어른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늘 일만 하며 잘 놀지도 않고, 웃지도 않는 어른들의 일상이 재미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어른이 되고 보니 동네에서 놀고 싶어도 놀만한 곳이 잘 없다. 특히 몸을 움직이며 동네에서 노는 놀이기구는 찾지 못했다. 동네걷기를 하지만 놀이라기 보다 규칙적인 운동이다.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어른이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놀이 기구를 갖추어 놓은 장소 또는 시설이다.

조금만 관심 가지고 보면 최근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어른들의 고착화된 시각으로 만들어진 놀이터는 이용자인 어린이들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어린이들이 정말 원하는 상상의 놀이터, 기적의 놀이터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어린이들도 늘어나는 학습시간, 미세먼지로 인한 야외 놀이 가능시간의 감소,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로의 이동 등으로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위기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놀이터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놀이터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어른들 또한 줄어드는 육체노동,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노동 외 시간의 시장화와 개인화 등으로 여가시간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무엇하며 놀 것인가?

그동안 정부도 일가정 양립지원, 워라벨 등 일에 치우친 여성의 노동을 덜고 직장인을 위한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기 위한 사업을 해왔다.

너무 일에 치우치지 말고 개인의 삶도 존중하며 즐기자는, 일과 일상생활에 있어서 밸런스를 유지하자는 워라벨도 이젠 그 질을 따져야 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를 생각해보는 놀이시간도 필요하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어른들을 위한 운동기구를 만지작거리자니 “나도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봉봉을 뛰며 과자도 먹어보고, 배꼽 빠지게 웃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잘 없다.

나이가 들어 신체적으로 움직이며 노는 일이 줄어들면서 몸만 아니라 마음도 굳어가는 것은 아닐까? 고정관념이 강해져 꼰대라는 소리 듣기가 쉽다. 자주 움직여 마음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특히 정당정치의 편가르기는 그 차이가 너무 커서 같이 놀기는커녕 같은 장소에 있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인간은 놀 줄 아는, 놀면서 진화해온 동물이다.

호모루덴스. 유희라는 말이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충분히 놀았기에 창조적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가 놀면서 배우고 자라듯이 어른들도 놀면서 배우고 일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뛰어놀 운동장이 필요하다.

먼저 몸의 온도를 높이면 마음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마을운동회도 하고 동네 앞산도 오르자. 새벽에 먼 갈 나서는 등산도 멋지지만 아침 먹고 나가서 간식 먹고 돌아오는 산행도 상쾌하다. 바쁘다고 하지만 시간 없는 경우보다 마음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이미 우리 어른들은 잘 알고 있다.

혼자서 열심히 런닝머신을 달리는 일만 아니라 동네서 같이 부대끼고 놀면서 휴식을 얻는 놀이터 문화가 확산된다면 저절로 해결되는 마을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주민들이 서로 알게 되니 밝은 얼굴로 대하는 인사는 물론 마을이 안전하고 깨끗해진다. 동네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민들이 원하는 동네가 만들어진다. 행정과 힘을 합치면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더 나은 노후를 위한 공론장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 더불어 잘 사는 행복한 마음은 잘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질테니까.

이미 굳어있는 정당 정치 영역의 뇌는 어른이놀이터에서 그 경계가 말랑말랑해질 것이고 고질적인, 도움 안되는 일방적인 편가르기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00당이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00정책이 주민을 위하는 좋은 정책이라 00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될 것이므로.

살짝 다치며 성장하는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새로운 놀이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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