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징그런 곤충?…인류의 절대적 동반자란 사실 아시나요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징그런 곤충?…인류의 절대적 동반자란 사실 아시나요
  • 임종택
  • 승인 2019.09.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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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약농업·지구 온난화 등 원인 다양
먹이사슬 끊어지면 ‘대멸종’ 가능성
농식품부, 14종 가축 ‘신분전환’
활발한 식용·산업용 연구 진행
다양한 ‘인공 생태계’ 조성 필요
3억5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나타난 곤충. 최근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를 막고 단백질 식량공급원으로 식용곤충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굼벵이를 이용한 과자, 나비의 부화, 흰색꽃무지유충, 귀뚜라미부화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10)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

곤충(insect, 昆蟲)이라고 하면 벌레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징그럽거나 혹은 무섭거나, 이것이 흔히 우리들이 생각하는 곤충에 대한 인식이다.

이는 곤충이 성장의 한 과정에서 보여주는 변태의 일부분인 알에서 애벌레(유충), 번데기 그리고 성충이라는 형태의 변화가 우리 인간에게는 그다지 곱지 않은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곤충은 이미 고생대인 3억5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나타나 존재해온 사실상 이 땅의 주역인 셈이다. 현재 알려진 종수만 해도 약 140만 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지구상 전 동물종의 70~80%를 차지한다. 이처럼 작은 곤충이 지금까지 번성해온 이유는 뭘까.

첫째는, 소형이며 변태를 한다는 것이다. 극한의 환경에 살아 남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환경을 극복해온 것이다. 둘째는, 소형이기 때문에 소량의 먹이감과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살아 남을수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한 세대가 이루어지는 기간이 매우 짧아 돌연변이가 일어날 기회가 많아서고, 넷째는, 다양한 공간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고 이동 분산 능력이 커서 산란장소의 탐색능력이나 배우행동 등의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곤충은 지금이야 우리 인간의 잣대로 해충(害蟲)과 익충(益蟲)이라는 흑백논리로 갈라져 인간에게 해로우면 해충, 이로우면 익충으로 불린다. 하지만 곤충의 90%는 익충이다. 물론 10%에 속하는 해충에 의해 특히 모기에 의한 인류의 사망자는 매년 5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해충이라는 표현이 맞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해충 또한 상위 포식자의 먹이 사슬 가운데에 놓여있는 중요한 먹이원이다.

꽤 오래전에 상영했던 SF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속에는 인간과 거대 곤충이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고생대에 출현한 곤충의 크기는 지금의 모습과는 크기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인류가 멸망하고 난 후 곤충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내용의 영화도 일본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유명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인 개미의 입장에서 인간의 오만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강자와 약자의 단순 논리에서 인간은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곤충인 개미를 함부로 대하지만 철저히 조직생활을 하는 동물인 점에서 우리는 그들로부터 사회성을 배울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잠자리와 파리의 비행술, 그리고 갑충류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군사용 무기 등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거의 모든 기술과 도구는 동식물의 특징을 모방해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구뿐 아니라 식용이나 의약용으로도 중국의 진시황과 양귀비가 애용했다는 동충하초는 맥각균을 이용해서 곤충 특히 나비, 매미, 벌 등의 사체에 버섯인 자실체를 번식시켜 비만 예방 등에 사용되고 있고, 누에나 하늘소 등의 곤충을 기주로 백강균을 번식시켜 항생제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곤충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곤충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지난 2006년 미국에서는 30~90%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당시 미국 바이엘사가 개발한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살충제 때문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농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독성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사태였다. 지금은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독성의 강약을 생태독성으로 표기하도록 되어있지만 당시 이를 묵과한 미국 환경보호청이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이 살충제가 조류 등에 심각한 신경독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100년 안에 모든 곤충이 절멸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참으로 암울한 뉴스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류의 미래도 곤충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인가. 내용은 이렇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로 창간 51돌을 맞는 국제 과학저널 <생물 보존>의 최신 논문을 인용해, “세계의 곤충들 상당 종이 급속하게 멸종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한 세기 안에 지구에서 곤충이 완전히 사라지고, 여섯 번째의 ‘대멸종’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멸종’은 생물 종의 절멸이 일부 종을 넘어 촘촘한 먹이사슬로 짜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면서 전체 생물 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사태를 뜻한다. 지금까지 지구에선 생명이 탄생한 이래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에 소개된 내용의 논문은 전세계 관련 논문 73개를 조사한 글로벌 실태조사란 의미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집약농업, 도시화, 기후변화를 들고 있는데 무분별한 화학농약의 남용과 난개발로 인한 곤충 서식지의 파괴,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종의 감소 등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끊으므로 상위 포식자의 먹이 부족으로 인해 종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모든 종의 멸종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참으로 우울한 전망이지만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 곤충은 자연 생태계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생물이다. 뿐만아니라 우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절대적인 동반자다. 무엇보다도 특히 중요한 사실은 곤충의 화분매개 역할로 곤충이 없으면 충매(蟲媒)식물의 수분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실불량으로 먹이사슬의 연쇄적인 파괴가 일어난다. 그나마 산림에서는 생태계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하나 이미 많은 종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도심속에서도 곤충을 불러들일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공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 곤충 1급인 장수하늘소는 한때 밀렵의 대상이 되었고 마리당 무려 1-2천만 원을 받고 일본에 밀수출되는 등 우리 스스로 우리의 토종 생물종을 말살시켰다. 이유야 어떻든 2002년 자연 생태에서 수컷 한 마리만 발견되고부터 그 후로는 보이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시골 어릴적 산으로 들로 소몰이 하던 당시에는 쇠똥구리를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급기야 환경부에서 마리당 1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우리의 소중한 생물자원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방편으로 몽골에서 200마리의 쇠똥구리를 들여와 증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쇠똥구리를 볼 수 없는 이유는 과거처럼 소를 방목해서 풀을 먹이지 않고 항생제 범벅인 곡물사료와 공장형 축사에서 길러지는 것이 원인으로 되어있다.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에 따르면 전세계에 소 사육두수가 약 13억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 소 2-4마리가 매년 방귀와 트림으로 내뿜는 메탄가스가 자동차 1대가 1년 동안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고 하니 총온실가스 중 13.5%가 소로 인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를 막고 미래 단백질 식량공급원의 대안으로 급속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 식용곤충과 산업곤충이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14종의 곤충을 가축으로 신분전환을 한다고 밝혔는데 곤충이 법적인 가축으로 신분보장을 받은 것이다. 가축의 사전적 의미는 ‘인류가 야생동물을 길들이기, 개량한 것으로 인류 생활에 유용한 동물’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이번에 신분전환한 곤충은 식용으로 갈색거저리유충, 장수풍뎅이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누에(유충,번데기), 약용으로는 왕지네, 사료용으로 갈색거저리유충, 건조귀뚜라미(왕귀뚜라미), 학습애완용으로 장수풍뎅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 여치, 왕귀뚜라미, 방울벌레, 그리고 화분매개용으로 호박벌과 머리뿔가위벌 총 14종이다.

특히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은 세계인구 증가에 따른 단백질 식량 공급원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갈색거저리(밀웜)의 예만 들어도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이 50.3%로 소고기 20.8% 돼지고기 18.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러한 곤충으로부터는 사육과정에서 메탄가스도 거의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미래 식량자원이다. 또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도로 사육하는 곤충은 천적이나, 화분매개, 환경정화, 학습·애완, 사료용으로 다양하게 곤충에 대한 사육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절기상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다. 고요한 밤 인근 호수공원이나 도시숲과 산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수많은 풀벌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올 가을은 도시에서 밀려난 수많은 뭇 생명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혹시 내가 무단 침입을 하지는 않는지, 그들의 삶이 내뱉는 가녀린 외침이 무엇인지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자. 수목 등 불빛을 스치는 날파리가 반딧불이처럼 날아오르다 이내 사라지고 마는 제법 쌉싸름한 초가을 밤이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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