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과 할 일
갈 길과 할 일
  • 승인 2019.09.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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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마땅히 갈 길과 할 일을 보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국가적 혼란과 어려움의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땅히 ‘갈 길과 할 일’을 하나님께 물었다. ‘어디로 가야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갈 길과 할 일’에 대한 나의 관심은 국가보다는 교회에 있다. 우리 한국의 개신교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은 오히려 갈 길과 할 일을 알고는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 개신교는 갈 길은 모른 채 할 일은 많은 양상이다.

지난 주, 어떤 목사님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염려하며 글을 보내 오셨다. 그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받은 글과 유사했다. 우리나라의 현 시국은 주사파가 장악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대한민국을 고려연방제로 만들어 북한의 ‘김정은’에게 갖다 주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마음과 한 뜻으로 뭉쳐서 그것을 막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의 앞뒤가 맞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그 분의 뜻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멤버의 수가 상당히 많은 SNS 대화방에는 이런 분들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다른 멤버들의 제재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 운영자가 그런 글을 올리지 말라 경고해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좌파 정부에 의해 우리 한국 교회가 망해 가고 있으니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들의 집요한 주장은 참 당혹스러운 것이어서 우리 개신교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런 분들의 주장에 대해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염려하는 것은 그 분들의 글과 말의 품격에 대한 것이다. 왜냐하면 글과 말은 그의 삶과 신앙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잣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통로를 통하여 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우리 개신교 지도자들이 글과 말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좀 더 자제했으면 한다. 그 분들의 글과 말에는 과격성과 선동성, 심지어 증오의 감정이 짙게 묻어있다.

개신교의 지도자들이 다른 정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현 대통령을 조롱과 적대감을 가지고 공격하는 정도도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의 이런 격정적인 감정을 대하는 것은 무척 민망하다. 정치인이나 일반 국민 그리고 교회의 교인들이 그 정치적 성향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교회 안이나 밖에서 정치적 성향이 같지 않은 사람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 분들의 글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문장력이다. 전송되어 오는 글들은 많은 오타와 문법적 오류가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교회의 권사인 한 여자교수님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SNS로 보내 왔다. 친구에게서 받은 글이라면서 심각하고 시급하니 꼭 읽어 보라기에 읽어 보았더니 이미 몇 년 전에 나돌던 가짜뉴스였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오타가 많은 데다 심지어 적나라한 욕설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 저급한 가짜 뉴스를 사실로 믿고 교인들끼리 기도하자며 전달하고 있으니 교회가 아디로 가고 있는지 참 답답한 일이다. 우리는 쓰거나 전달하는 글과 말에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진실성이다. 일여 년 전에 SNS에서 알고 있는 분들이 잘 아는 서울 대형교회의 장로이자 유명 사립대학의 교수가 쓴 글이라며 긴 글을 보내왔다. 나는 어떤 분에게는 전화로 또 어떤 분들에게는 SNS로 그 분의 실명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도 그 분의 실명을 알지 못했다. 누가 쓴 글인지도 모르면서 잘 아는 분의 글이라며 보내 온 것이다.

신앙인의 글과 말에서 증오는 제거되고 욕설은 자제되어야 한다. 최종적인 심판은 하나님이 하실 것이고 우리는 투표를 통해서 현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며 우리가 믿는 믿음에 합당한 일이다. 우리의 믿음대로 우리나라의 흥망성쇠가 하나님께 달려 있다면 어떤 정권이든 일개 정권이 결코 우리 대한민국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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