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정시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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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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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아들은 고2 때까지 수시로 간다며 동아리 활동을 하고, 대회에도 참여하고, 조장을 한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의논을 해보고 싶지만,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믿었다. 첫 아이고 직장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 잘 알지도 못하기에 스스로 한다니 고마웠다. 다만 가장 중요하고, 눈에 보이는 등급을 올리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달래고, 다그쳤다. 엄마가 원하는 만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등급은 오르지 않았다.

고3학년 1학기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은 갈 수 없다고 했다. 등급이 낮고, 생기부가 부족하다고 했다. 마음이 철렁했다. 아들도 같은 말을 들었나보다. 자신은 어느 정도 이상 되는 대학을 가고 싶어 했기에 나보다 더 철렁했을지도 모른다. 고3학년 1학기 내신이 40%를 차지하기에 아직도 기회가 있으니 열심히 해보자고 했다. 3월말 아들이 처음으로 장문의 톡을 보내왔다. 자신이 1학기동안 열심히 해도 등급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 등급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교를 갈 수 없기에 지금부터 수능에 올인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최고조에 달했기에 지지해달라고도 했다. 내신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아니며 수능과 비슷한 수학과 과학은 잡겠다고도 했다.


작년 불수능으로 수능최저를 맞추지 못해 우수한 성적의 아이들이 바로 재수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들은 지 1년이 되어 간다. 우수한 아이들이 1년간 얼마나 더 열심히 했겠는가? 아직 모의고사 등급이 내신등급보다도 더 낮은데 정시에 올인 하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올해는 수시모집이 최대라고 한다. 수시를 도전해보는 것이 나을 듯했다. 1학기 내신까지 준비하고 정시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 의견을 내 보았지만 아들의 의지는 굳었다. 학교 담임 선생님도 홍희와 같은 의견이라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와 담임 선생님의 간곡한 설득을 뿌리치고 아들은 고3학년 1학기 내신은 던졌다고 했고, 등급은 몇 단계 낮아졌다.

수시원서를 쓰는 기간이 되었다. 아들은 원서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홍희는 불안했다. 한 번의 수능시험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평소에 잘 하던 아이들도 원래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직 아들의 등급은 안심할 수 없는 등급이다. 수시원서를 두 개라도 넣자고 설득했다. 아들은 그러자고 했다. 작년에 대학에 입학한 아들을 둔 엄마와 만났는데, 6개를 다 써보는 것이 낫다고 했다. 수능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수능 이후 면접과 논술이 있는 전형으로 넣어보라고 했다. 결국 홍희는 불안한 마음에 입시요강을 보고 아는 엄마가 조언해 준 대로 6개를 다 썼다. 물론 아들의 동의를 얻어서다. 아들은 처음에는 수시를 넣지 않는다고 했으나 자기도 불안한지 엄마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수시원서를 준비하면서 고3학년 1학기 내신이 안타까웠다. 고2처럼만 됐어도 좀 더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수시로 가겠다던 아이가 갑자기 정시로 가겠다고 방향을 바꾼 탓이다. 정시를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적은 것 같아 또한 아쉬웠다.

수시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있다. 내신뿐만 아니라 세부 활동 등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아이들의 경험을 늘려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적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대회 수상, 독서 등을 꼼꼼히 다 챙기기는 아이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략을 세우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럴 정도로 치밀한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엄마나 코디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의 생기부는 풍부할 수 있다. 결국 아이 혼자서 생기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도움이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수시로 정시로 갈팡질팡 아들을 보며 차라리 수시가 없는 편이 아이들이 더 공부에 집중하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경험의 폭을 늘릴 여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들아 끝까지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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