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힘을 빼는 이야기
9월, 힘을 빼는 이야기
  • 채영택
  • 승인 2019.09.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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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희
대구대산초등학교장



특정 분야에서 능력이나 기술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고수라고 합니다. 각 분야 고수들의 공통점은 힘줄 때와 뺄 때를 알고 자신의 힘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들은 색을 짓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붓을 잡은 손에 힘을 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골프를 할 때는 어깨와 손목의 힘을 빼야 하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출 때도 힘을 빼야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추석 연휴에 방영된 무술영화에서 주인공인 고수가 손끝으로 ‘툭’ 건드리기만 했는데 산만한 덩치의 악당들이 추풍낙엽처럼 나뒹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부드러움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힘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술을 할 때는 몸이 부드러워져야 세상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다시 그 기운을 몸 밖으로 뻗어나가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수들은 상대를 때리기 위해 힘주어 주먹을 꽉 쥐지만 주먹을 꽉 쥐면 오히려 힘이 주먹 안에 갇혀서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긴장되면 몸의 근육도 긴장되어 몸과 마음의 균형 상태인 평정심이 깨어지면서 마음의 흔들림과 동시에 몸이 더 굳어지다 보니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이치와 같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평소 어떤 일을 잘 해보려고 용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여러 가지 실수를 더 많이 했었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성공적으로 잘 하고 싶다면 잘 해내겠다는 마음의 힘을 빼고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강박관념, 시험에 꼭 합격하겠다는 열망, 승진에 대한 기대 등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힘을 적절하게 잘 조절해야 될 것입니다. 여기서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마음의 평정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을 잘 하겠다는 결심도 중요하지만 그 결심이 너무 지나쳐서 강박적으로 될 때 그 결심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심과 비전이 확고하고 자신감이 넘칠 때일수록 일에 쏟아야 할 힘이 자신의 마음에 갇혀버리지 않도록 힘을 빼고 평정심을 찾아야 합니다. 힘을 뺀 부드러운 평정심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평소에 힘이 빠진 붉은 노을빛이 유난히도 평온하게 느껴지고 아궁이 속에서 불꽃 없이 사그라지는 깜부기불이 더 평안하게 다가왔었던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힘을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힘을 빼는 것은 고수만이 할 수 있습니다. 힘을 뺄 줄 아는 사람만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멋진 세상을 살기 위해 지금 힘을 빼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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