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법무부(法務部)장관인가 ‘법무부(法無部)’장관인가
[윤덕우 칼럼] 법무부(法務部)장관인가 ‘법무부(法無部)’장관인가
  • 승인 2019.09.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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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바로 직전 칼럼 제목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정권 몰락 지름길 되나’였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이후에도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까면 깔수록 양파껍질이다. 조 장관은 그동안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자신은 모른다’거나 ‘사실이 아니다’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9일 법무부장관에 취임했지만 아직까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의혹과 딸의 표창장 조작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의사들도 지난 18일부터 “조국 퇴진, 조국 딸 퇴교” 시국선언문 서명에 나섰다. 23일 현재 그 수가 무려 5천여 명을 훌쩍 넘었다. 검찰이 23일 마침내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항간에는 ‘법무부(法務部)’장관이 아니라 ‘법무부(法無部)’장관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조국은 적폐청산의 적임자가 아니라 적폐일 뿐”이라며 “지금 그만두지 않으시면 문재인 정부까지도 같이 몰락합니다. 사퇴하시기 바랍니다.” 전·현직 대학교수 3천여명이 서명한 ‘조국 교체’시국선언문을 공식발표한 19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는 8명의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표 발언을 통해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같은 날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오비이락일까. 공교롭게도 경찰은 이날 화성연쇄 살인 장기미제 사건 용의자를 발표했다. 조국 의혹도,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학생들의 촛불집회 소식도 뉴스의 중심에서 한순간에 밀려났다. 눈치 빠른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하필 왜 이 시점에서 경찰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종이로 불을 감쌀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급락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실시된 리얼미터와 갤럽 여론조사 결과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긍정평가(43.8%)보다 부정평가(53%)가 훨씬 높아졌다. 민심이 곧 천심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3.0%포인트 오른 53.0%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3.4%포인트 내린 43.8%로 집계됐다. 이는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9.2%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는 더 나쁘다. 긍정평가는 40%로 취임 후 최저치로, 부정 평가는 53%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긍정·부정 평가 격차 역시 취임 후 최대치(13%포인트)로 벌어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2017년 5월 대선 당시 득표율(41.1%)보다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도 일부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국정 지지율이 ‘심리적 저항선’(40%)까지 내려앉았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인사 문제’(2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0%), ‘독단적·일방적·편파적’(10%) 등 순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청와대나 여권의 분위기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 대해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의기소침하거나 방향을 잃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이 거세지며 지지율이 하락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고 대변인은 국정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원인을 저희한테 물어보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다”며 “그것을 언론인들께서 분석해 주시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 분석의 결과들을 저희가 듣고 논의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8일 “정권을 뺏기면 절대 안 되겠구나라고 새삼 각오를 한다”며 “내년 총선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해서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재집권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정책이 완전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서민경제는 어려운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청와대와 여당이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제1야당의 무능에서 비롯됐다. 자유한국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탓이다. 대여투쟁의 소리만 요란하지 성과물은 없다. 소수정당인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무서워도 110석의 자유한국당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모습이다. 이번 주부터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여야간의 난타전이 예상된다. ‘법무부(法務部)’장관인지 아니면 ‘법무부(法無部)’장관인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1야당의 역할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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