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을 털리다(첫 시집 발간 후유증)
밑천을 털리다(첫 시집 발간 후유증)
  • 승인 2019.09.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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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의 돈 자랑처럼

어색한 폼으로 태어났던 첫 시집에

철없이 팔랑거렸던 내 옆구리의 허기

숭숭 바람 드는 옆구리 천공으로

따박따박 모아온 시(詩)의 밑천을 죄다 털렸다

새로운 밑천 모을 욕심은

밥숟가락에게도 말 걸고

매니큐어 얹힌 손톱에게도 수작 부리며

형형색색 인물 좋은 그 어떤 시(詩)가

꼬리 아홉 개쯤 달고 와줄란 가 싶어

여기저기 냄새 맡고 다닐 때

사람과 사물의 어중간한 낯선 지점, 여기쯤에서

사람도 되다 말고 사물도 되지 못된, 저기쯤까지

식상한 시(詩)의 시선은 궁색하고 아플라 한다

후유증 심한 시(詩) 엄살에

입맛까지 똑 떨어진다

◇모현숙=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14),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시인이 시집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딸아이 시집보내는 일에 비견한다. 그렇듯 쉽지 않은 시작(詩作)이지만 세상에 내놓으면 뭇매 맞는 일에 이골이 나야한다.

생활비 쪼개어 자비로 출판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못하는 것이 시작(詩作)이다. 시인은 시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바 크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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