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아우성
소리없는 아우성
  • 승인 2019.09.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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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시인 유치환은 모진 바람에 심히 흔들리는 깃발을 아우성으로 비유했지만 지금 이 땅에는 많은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곳곳에 베여있다. 최근 나라 상황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약 40% 정도가 무응답을 보인 것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시적·관망적 침묵이며 소리 없는 항의성이다. 나라는 지금 이념적·정치적으로 완전 두 동강이다. 청와대와 정부·국회는 제 편 늘리기에 골몰중이다. 국민통합이 지금처럼 안 된 적이 없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도 어느 정치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보고 있던 TV를 끈다는 사람도 있다.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 지도자가 이 땅에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나라의 질서는 엉망이 되었다. 정권을 쟁취한 세력들은 기존 사회체제를 혁신의 대상으로 간주하였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체마저 흔들릴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자유경제의 빛이 바래가고 있다. 복지를 내세운 여러 정책이 평등의 개념으로 승화되면서 분배의 가치가 비등점을 넘고 있다. 엄청난 재정이 개혁·복지의 이름으로 투입되고 나라의 빚은 늘어가고 있지만 국민들이 실감하는 것은 세금이 많이 오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와 이를 받드는 민주당은 오로지 정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다. 국민들은 조국장관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처럼 나라가 정상을 벗어난 때가 없어서다. 삼권분립의 나라, 법치주의국가는 맞지만 교묘하게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정치·행정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은 조국교수 일가의 문제가 여론의 중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서 그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위법성이 없으므로 장관임명을 한다고 했지만 다른 장관 임명 때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과 윤리 같은 것은 다룰 필요가 없고 위법성만 없으면 임명하는 길을 터놓았다. 대통령은 무슨 뜻에 선지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가짜 뉴스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가짜 운운하면서 언론을 탓하는 것은 가벼운 말로 들린다.

국민들은 진짜와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나름대로 언론보도를 보면서 삶의 지혜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하루도 안 거르고 나오는 조국사건 보도에서 TV는 이해당사자가 언급한 내용을 전후 비교하는 장면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뉴스를 전해 준다. 이런 것을 가짜 뉴스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대검찰청, 광화문 앞에는 이념이 다른 진영들이 대립과 반목의 핏대를 올리고 있다. 조국장관을 두고 양 세력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조장관의 가족과 관련된 사건들이 검찰조사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도 일부 여당의원과 그를 두둔하는 세력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파면하라고 야단들이다. 한술 더 떠 조장관은 부인이 설사 구속된다 해도 검찰과 법무부 개혁 등 자기 일을 해 나가겠다고 한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엊그제 검찰은 조국 장관의 집을 압수 수색했다. 법무부장관의 감독을 받는 검찰이 상부 장관을 피의자로 여겨 집 까지 압수 수색하는 이런 모양새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운명적 관계설정의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조국 장관은 대통령을 업고 그 자리를 지킬 것 같다. 형법 전문가인 조국이 이길까 헌법주의자인 윤석열이 승리할까 국민들은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TV에서 허리띠 없이 청바지에 청 윗도리를 입은 조장관의 늘씬한 모습을 보았다. 저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일에 매였을까. 아마도 그 뿌리는 욕심일 것이다. 욕심의 끝은 사망이라고 했다. 조국부부가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자식들은 학교에서 온전한 교육을 받을 있을까 남의 일인데도 걱정이다.

어떻든 조국장관의 일은 검찰조사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 여당과 그 두둔 세력들은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수사라면서 무조건 조국 편을 든다. 정치9단 소리를 듣는 정치인은 시의에 따라 묘한 말로 그네를 타면서 정치적 재주를 부린다. 조국장관을 무조건 들어 높이는 진보작가도 있다. 그 가운데 마음속에 울분을 안은 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는 국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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