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그 불확실성의 공포와 맞서 싸우려면
日 경제보복, 그 불확실성의 공포와 맞서 싸우려면
  • 김종현
  • 승인 2019.09.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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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의 신대구 택리지 - (37)‘정보’라는 황금열쇠
美 언론 “반도체 소재 3개 제재
日 수출총액의 0.001% 불과
한국은 수출총액 25% 달해”
韓 피해 2만5천배 더 클 것”
막연한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日의 전략·핵심 전모 안다면
경제적 반격 가할 기회될 수도
수출입 다변화·소재 국산화로
보복 부메랑 되받아 날려야
신택리지-황금열쇠
정보, 불확실성의 황금열쇠. 그림 이대영

최근의 한일간 무역분쟁, 경제적 갈등에 대해 일본은 막상 경제보복조치를 단행하고부터 i)“북한에 전략물자 유출한 국가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는 반박에 반증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또 ii) 경제보복의 대의명분도 “강제징용배상에 대한 보복”, “안보상 전략물자의 유출”, 혹은 “국제외교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 등으로 시시각각 딴소리를 내놓았다. iii) 현장의 목소리, 상대방과의 협의사실 등의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fairness)을 주장할 자료를 전혀 챙기지 못했다.

이러한 일본의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전 기자 윌리엄 스포자토(William Sposoto)는 정치전문지 포린 폴리스(Foreign Policy)에 이런 내용을 기고했다. iv) 사실, 경제보복의 대상과 전략은 일본 수출총액의 0.001%인 반도체 핵심소재 3개(FH, FDI, PR)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수출 총액의 25%인 반도체(semiconductor)에 치명타를 입히는 건 2만5천 배의 파괴력을 갖고 있어 군사무기에 비유하면 수소폭탄(hydrogen bomb)급에 해당한다.

한국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사실 이번에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대통령 선거기간 중 실기를 했다면 IMF보다 더 혹독한 국난을 당할 수도 있었다. 2014년에 상영된 미국영화 ‘밤에 기어 나오는 지렁이(Night Crawler)’에는 “공포는 악마가 나쁜 짓거리를 하는 어두운 방이다(Fear is the dark room where the Devil develops his negatives)”라는 미국 미남 배우 게리 뷰시(Gary Busey, 1944년생)의 대사가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2019년 7월 4일 일본의 경제보복에서 우리는 공포와 싸워야 했다. 공포(fear)라는 영어단어는 ‘현실처럼 보이는 모든 가짜(false everything appearing reality)’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시인 램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은 “정체를 안다는 게 바로 공포에 대한 해독제다(Knowledge is the Antidote of Fear)”라고 했다. 전략의 핵심과 전모를 다 안다면, 반격을 할 수 있고, 오히려 일본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수출입 다변화, 핵심소재부품의 국산화가 일본에 부메랑(boomerang)을 되받아 날리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로 AD 612년 을지문덕(乙支文德)은 고구려를 침입한 수나라 우중문(于仲文) 장군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드리는 시(與隋將于仲文詩)’를 전달했다.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에 담았고, 오묘한 계산은 지리까지 통달했으니, 이제까지 전승은 하늘을 찔렀네. 이젠 그만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네.”라고 했음에도, 만족함을 몰랐던 그에게 돌아간 결과는 우리가 아는 청천강(淸川江)이 아닌 요령성 혼하(遼零省 渾河)의 살수공전(薩水攻戰)에서 겨우 목숨만 갖고 참패의 빈손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일본은 정보부터 먼저 챙겼다

해양고립국가 고대 일본은 대륙 변화에 조선보다 늘 한 발 뒤늦은 정보만을 갖고 있었다. AD 752년 윤 3월 어느 날 일본 기타큐슈 다자이후(北九州大帝府)에 신라 사절단이 도착했다. 경덕왕의 왕자 김태렴(金泰廉)과 수십 명의 상단(商團)으로 구성된 700여 명의 대사절단(大使節團)이다. 3개월간 수도(那羅)에 머물면서 일본 효겸천왕(孝謙天王)을 알현하고, 큰 절을 올리면서 “일본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경덕왕이 왕자 김태렴(金泰廉)을 대신해 조공과 인사로 알현합니다”라고 큰절을 올렸다. 이에 “신라가 일본을 모시는 건 사실이다. 왕자로 조공을 받치니 그 정성에 짐이 기쁘다. 앞으로 영원히 그대 나라를 보살피리라”라고 흔쾌히 응답을 했다.

당시 i) 일본국왕은 왕위 계승 과정에 분란과 갈등으로 실권이 상실된 상태에다가, ii) 국왕 자체가 병약해서 궁정, 승려 및 귀족들의 분란이 빈발하고 있었던 때였다. iii) 이런 심리적 틈새를 비집고 심중을 파고들자 국왕은 특산품 어포, 고급비단 등을 후사하고 연회를 베풀어주었다. iv) 국가적 의례에 답례를 하고자 곧바로 신라에 사신을 보냈다. 신라에 도착하고 보니 김태렴(金泰廉) 왕자라는 작자는 없었고, 실제 신라왕자들은 아무도 일본국왕을 알현한 적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신라국왕 알현조차 못하고 무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v) AD 760년 급찬 김정권(金貞卷)을 단장으로 신라사신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천왕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반도는 고금을 통해 대륙국가와 해양국가의 약육강식전쟁에 첫 먹잇감이 되곤 했다. 그래서 중국은 BC 650년 관자(管子) 및 BC 160년경 사기(史記)에서 ‘조시의 생선(朝市之鮮)’이라고 기원의 뜻을 담아 한반도를 ‘조선(朝鮮)’이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아침 밥반찬으로 먹는 생선(吃早餐的鮮)’으로 여겼고 취급을 했다.

가장 실감나는 표현은 1880년경 황준헌(黃遵憲)의 ‘내가 헤아리는 조선 전략(私擬朝鮮策略)’에서 “조선의 어깨와 등에는 호랑이와 이리들이 우글거리고 있다(有北豺虎同据肩背).” 이는 쩝쩝 입맛을 다시면서 호시탐탐하는 맹수들이 한반도를 눈앞에 놓고 있다는 말이다. 옛날이 아닌 오늘날 한반도 국제정세를 생생하게 묘사한 것과도 일치한다.

우리나라 IMF 때 고(故)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방문한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교수 폴 케네디(Paul Michael Kennedy, 1945년생)는 “한반도는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이란 거대한 4마리의 코끼리(four big elephants of the United states, Japan, China, and Russia) 틈새에 한국이 싸여 있고, 한국의 안보는 이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했다.

1880년경 일본은 국제정서를 챙겨 이를 이용해 국익을 도모했다. 청나라의 내분, 러시아의 공산혁명과 극동아시아의 군사적 취약성까지 이용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소수정예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청일전쟁(淸日戰爭), 러일전쟁도 승리했다. 이렇게 종횡무진(縱橫無盡)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신해혁명(辛亥革命)과 1905년 러시아 공산혁명(Russia Revolution)의 정보가 있었고 또 비밀공작금까지 배후에 지원했다. 1905년 7월 29일 카쓰라-테프트 협약(The Katsura-Taft Agreement)을 먼저 체결해 일본의 조선병합과 미국의 필리핀 식민지를 서로 인정했다. 1905년 11월 17일 조선과 을사늑약을 체결해 조선의 식민지화 작업을 국제적으로 공시했다.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에 대해 조선(朝鮮)과 관련된 모든 걸 뿌리돌림(根回し)했다.

뿐만 아니라 1905년 러·일전쟁의 강화협정을 추진한 공로(for having negotiated peace in the Russo-Japanese war in 1904-5)로 미국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1945) 대통령에게 1906년에 노벨평화상까지 주어졌다. 바로 국제적 공인으로 남의 칼을 빌려서 죽인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이 바로 1910년 8월 29일로 조선병합이었다. 일본제국의 입장에서는 조선병합은 ‘조선 뿌리돌리기 10년 계획’으로 성공했다. 과거의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 트럼프(Donald John Trump, 1946년생)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 공로로 노벨평화상 선물을 마련하고 있다. 아베신조(安培晉三, あべしんぞう,1954년생)가 미국에게 바라는 건 ‘정한의 꿈(征韓の夢)’을 다시 펼칠 수 있도록 눈감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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