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를 삼성정형외과 402호실에 입원시키고
나는 우울한 가슴으로 병실 모퉁이에 내려앉고 있는 햇빛을 보고 있다
그리고 가만히 어머니 얼굴을 바라본다 삶의 궤적이 살갗 언저리를 가득 메웠다
쪼그려든 입술로 약을 먹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먼 삶의 흔적들로 배여 있다
젊은 나이에 청상 아닌 청상으로 사신 울 어머니가 이젠 쪼그려든 입술로 약을 먹는다
세월에 젖은 누더기 입술로 약을 먹고 있다
아무리 못난 자식 간이라도 아무리 녹슨 감정이라도
세월은 이처럼 모자간에 전해오는 정을 놓을 수가 없다
자꾸 떨려오는 이 가슴속의 정한을 어찌 놓으랴
2.
아내가 조약調藥을 먹인다
꼭 젖꼭지를 빨고 있는 아이 같다
쪼그려든 입술엔 회색빛 적막이 그늘져 있고
어머니는 투정하는 아이처럼 병을 물고 있다
병을 잡고 있는 아내와 병을 물고 있는 어머니 모습에
나는 알 수 없는 웃음이 자꾸 난다
내 코끝에 전해오는 구릿한 냄새
나를 투명한 웃음으로 몰아가고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얼굴을 돌렸다
왜 자꾸 웃음이 나왔을까
왜 자꾸 서글픈 웃음이 나왔을까
인분인지도 모르고 먹는 어머니가
묵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알면서 모른 체 먹고 있는지 모른다
못난 자식 마음 품으시고
어머니는 두꺼운 공허 둘러쓰고 인분을 먹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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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경남 통영생, 현)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시집: 「나의 빛깔」
득음을 하기 위해서는 폭포수 앞에서 목에서 피를 토하도록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서 터진 목청을 아물게 하기 위해서 똥물을 마셨다고 한다. 상처에 효험이 있다하지만 먹기에 수월하지는 않았으리라. 어린 시절 약을 쉽게 먹지 못해 혼이 났던 기억이 있으리라. 이제 부모가 늘고 병들어 아이처럼 약을 먹는 모습을 보는 자식은 세월의 무상함에 서글픈 웃음이 날 것이다.
- 해설: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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