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장사의 비결, ‘사딸라’가 답일까
[박명호 경영칼럼] 장사의 비결, ‘사딸라’가 답일까
  • 승인 2019.09.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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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사딸라’. 버거킹이 제공하는 4천900원 약 4달러짜리 ‘올데이킹’ 메뉴가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천만 개를 돌파하며 크게 성공하였다. 최근 불경기를 반영한 저가정책과 ‘복고’와 ‘언어유희’를 복합하여 만든 유머 콘텐츠를 광고한 결과로 보고 있다. 저가정책은 불경기시대에 특효약처럼 등장한다. ‘사딸라’의 성공은 우리 경제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금년 4분기에도 우리 경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201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92.5를 나타내었다. 최근 기획재정부도 4월부터 6개월 연속 우리경제의 실물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실토하였다. 이처럼 심각한 경기부진 속에서 상인들은 20년 전 IMF금융위기 때보다 장사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장사가 안 되니 영세자영업자들인 670만여 소상공인들의 삶은 매우 고단하다.

이러한 형편에 정부의 정책지원이나 경기회복 만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어떻게든 당면한 위기를 상인들 스스로 헤쳐 나갈 묘안을 찾아내어야 한다. 위기란 ‘위협과 기회’를 합성한 단어라든가, ‘위대한 기회’를 줄인 것이라는 자위의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현재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가 있을까. 또 그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상인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그래도 세 가지 기본적인 일들을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이것은 장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먼저 장사라는 업(業)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한 사업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끝으로 성공한 상인들의 지혜를 배워서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만의 장사비법을 찾아내야 한다.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보다도 장사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갖추는 일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장사란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일’이라고 그 뜻을 풀이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장사는 ‘이문을 얻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훌륭한 상인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기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 상인격인 개성상인들은 장사에 임할 때마다 삼도훈의 세 가지 덕목을 새겼다. 동업자와의 의리 및 협력(義), 대고객신뢰(信), 근검절약(實)이 그것이다. 이문을 챙겨야 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고객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고객과의 약속 준수와 정직한 거래는 신뢰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가족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어 오랜 기간 단골이 된다. 일본의 전통시장 소상인들은 대부분 단골고객 중심이어서 점포의 위치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고객을 배려하는 자세가 최우선이다. 고객의 행복이 장사의 궁극적 목적이 돼야 한다.

둘째, 기본에 충실한 장사가 중요하다. 앞서가는 상인들은 끊임없이 새롭고 풍부한 지식을 갖추어 나간다. 장사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장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고객은 꾸준히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또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욕구를 충족한다. 그러므로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늘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만족하여야 거래가 지속되어 단골이 되고, 충성고객으로 이어져서,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게 된다. 그러려면 상인은 새로운 무엇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최소한 고객관리, 재고관리, 인력관리 등에 관한 새로운 지식은 늘 배워야한다. 나아가 경제, 기술, 환경의 변화 트렌드와 그것들의 영향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영업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잠시라도 방심하면 고객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

끝으로, 상도(商道)를 실천하여 상인으로써의 자부심과 자신만의 독특한 장사비법을 찾아내야한다. 진짜 적은 늘 내 안에 있는 법이다. 낮은 자존감과 잘못된 직업의식은 장사에 치명적이다. 또한 나만의 차별화된 장사 비법을 원한다면 실패와 성공 사례들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동서고금에 걸쳐 상도를 실천한 훌륭한 상인들로부터도 배워야 한다. 그들 중에는 상신(商神)으로까지 존경받는 분들도 있다. 임상옥, 이병철, 정주영, 중국의 도주공(陶朱公), 홍콩의 이가성(李嘉誠),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등의 상인정신은 매우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다. 이들은 ‘고객이 웃어야 상인도 웃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실천한 사람들이다. 중국 상술의 신 도주공의 12가지 규범 가운데 무려 절반이 사람에 관한 것이다. 결국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역설적이게도 장사는 이문을 좇지 않음으로써 이문이 얻어진다.” 미국에서 16년 연속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에 꼽힌 유기농 자연식품판매점 홀푸드마켓의 공동설립자 존 매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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