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가 저출산을 생각해 보다
소아과 의사가 저출산을 생각해 보다
  • 승인 2019.09.29 20: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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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
임영수소아청소년과 원장
여름을 전후해서 도는 전염병 중에 하나가 수족구병이다. 전염성이 강해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돼 등원을 제한할 수 밖에 없는데, 가끔 일하는 엄마들의 경우 “수족구병입니다” 말하는 순간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가 있다. 워킹맘의 경우 아이를 맞길 곳이 없어서 아이가 아픈건 둘째치고 일을 갈 수가 없어서 난감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하교 1학년 입학을 하는 경우에도 수업이 일찍 마쳐서 학원 뺑뺑이를 돌리기에는 어리고 적응이 안된 아이들에게는 무리인 경우가 많아 아예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처럼 아이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는 환경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무조건 “아이를 낳으세요”라는 문구가 헛소리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저출산이 큰 문제가 되는 나라의 경우 저출산 정책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프랑스의 경우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오전 7시 30분부터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 맡길 수 있고 퇴근 시간 6시 30분까지 최대 11시간 동안 아이를 보살펴준다고 한다. 비용도 거의 공짜에 가까운 정도이고 방학 때도 학교 안에 아이 돌봄센터를 운영한다. 공휴일을 제외한 1년 내내 아이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자녀 엄마는 ‘가정 보육모 제도’를 이용할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잠시 맡길 수 있는 ‘일시 어린이집’도 있다.

스웨덴의 경우는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가 있어 1990년부터 부모 전체가 아이 1명당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일수 총 480일 중 90일은 오직 아빠, 남성만 쓸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아 엄마만의 독박육아를 방지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 외 영국이나 독일 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하거나 다자녀 가구에 직접 수당을 지급하는 등 나라마다 각자의 환경에 맞는 정책들을 만들어 놓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2016년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있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많고 현실에 맞는 세심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료실 현장에서 느낀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임신 때부터 살펴보자. 어르신들도 일을 하시는 분이 많다보니 출산 후 도와줄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사실 육아의 틀이 많이 바뀐 현실에서 실제적인 충고를 해주고 ‘미리 출산 전부터’ 알아야 하는 육아의 기본부터 알려줄 필요가 있다. ‘육아 도우미’ 제도를 만들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엉터리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아 양성 교육을 거쳐 제대로 된 육아지식을 알려 주고 신생아의 습성을 이해시켜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육아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떨까.

당연히 일하는 엄마아빠라면 스웨덴처럼 아빠의 ‘육아휴직 할당제’ 등도 고려해볼 수 있겠고 육아휴직동안 월급의 일정부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면 더 좋겠다.

집에만 있는 엄마라 하더라도 핵가족화된 현재의 가족 제도 하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고모 삼촌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봐줄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달랑 엄마만 남지 않는가. 일을 하는 엄마의 경우는 질 좋은 어린이집 확대와 공공 어린이집, 직장 내 어린이집 확대로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일을 하지 않는 엄마라도 몇 시간씩 맡길 수 있는 이웃 간의 ‘공동 육아 프로그램’의 개발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엄마가 산후 우울증이 있는 경우 충분히 놀아주지 못해 인지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이웃 간 육아품앗이나 단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린이집을 다니더라도 전염성 질환의 경우 신청하면 누구나 쉽게 ‘육아 도우미’가 집으로 와서 아이를 봐준다면 수족구병 때문에 우는 엄마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집 등원 시간도 자신의 형편에 맞게 고를 수 있는 다양성이 필요하고(사실 어린이집 평가에서 시간은 오전 7시 30분에서 오후 7시 30분까지이나 임금 문제나 직원활용의 제약으로 보통 8시 30분에 등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과 후 돌봄 서비스도 좀 더 촘촘한 손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혼자 육아를 감당하지 못해 고전하는 부모를 위한 도우미 제도나 부모의 여러 가지 문제로 방치된 아이들을 모아서 함께 키우는 경우(부모와의 만남은 이뤄질 수 있게) 오히려 질환의 조기 발견과 적극 개입으로 나아지는 경우를 보았고 이런 제도의 확대로 이제는 개인 육아가 아닌 전국민 육아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

직장의 수도권 쏠림이나 지역불균형 발전등도 크게 봐서는 출산율이나 어린이집 이용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고 경쟁이 심한 사회로 인한 출산 후 경력 절단을 염려하는 여성의 문제, 지나친 사교육 비용으로 인한 출산에 대한 부담감 등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고찰도 필요할 것이다.

정책을 짜는 사람도 아니고 정치와는 무관한 일인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육아의 방향을 잡아주고 무조건 매달리는 육아가 아니라 주도하는 육아가 될 수 있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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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9-09-30 08:08:52
산적한 문제가 많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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