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달항아리에 담은 소망·행복… 갤러리해브, 이정애 개인전
반짝이는 달항아리에 담은 소망·행복… 갤러리해브, 이정애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19.09.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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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걷고 무채색 사용하되
글리터 물감·젤, 직조 문양 이용
초기부터 추구한 화려함 고수
이정애작-길위에서시-꿈
이정애 작 ‘길위에 서서’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은 간절하고 간절했다. 가난했던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식 사랑은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정화수 떠놓고 “자식들이 잘 되게 해 달라”고 달에게 치성을 드리는 것이었다. 비록 정화수를 담았던 그릇들이 이름 없는 도공이 빚은 투박한 도자기였지만, 그 그릇에 그려냈던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은 찬란했다. 작가 이정애는 어머니들의 자식 향한 찬란한 염원을 달항아리에 고스란히 옮겨왔다.

“꿈, 소망, 행복, 사랑에 대한 주술적인 염원을 화려한 달항아리에 담아내고 있어요.”

이정애 개인전 ‘길위에 서서(꿈)’전이 갤러리해브(경북 청도군 각북면 헐티로 760-16)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달항아리를 화려하거나 숭고하게 표현한 작품 3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달항아리 하면 조선후기의 백자달항아리를 최고로 친다. 순수한 백색의 깊은 맛이 제격이다. 그러나 이정애의 달항아리는 가없는 화려함을 입었다. 백색 대신 오방색을 입은 것도 모라자 화려함의 극치로 치닫는 반짝이는 물감인 글리터 젤을 사용하고, 한 올 한 올 날실과 씨실이 엮인 듯한 문양도 그렸다. “염원의 넓이와 깊이를 화려함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풍경화로 시작해 달항아리로 넘어온지도 어언 10여년이다. 풍경화를 그리며 짬짬이 도자기를 빚어 오다 힘에 부쳐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한 것이 도자기를 빚지 말고 그리자는 것이었다. 달항아리를 그리던 초창기에는 오방색과 반짝임, 그리고 특유의 패턴으로 화려함을 추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색을 걷어냈다. 조선 백자달항아리의 담백함을 들여놓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화려함은 고수했다. 대신 무채색 계열의 반짝이는 물감을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신작들은 깊이감을 더한다. 색을 빼는 대신 반복해서 올리는 중첩의 횟수를 더하고,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연상되는 화려함을 추가했다. 흡사 어머니의 기도가 닿아 별이 된 느낌이다. 달항아리를 수식하던 꽃과 물고기 등의 주변부 소재들을 주역으로 격상한 작품들도 눈길을 사로 잡는다. “두께를 더하니 시간성이 더해지고 깊이도 깊어졌어요. 더 은은하면서도 신비로워졌죠.”

최근 찾은 작가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난장판.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번 전시가 채 끝나기도 전에 11월에 서울 전시가 잡혀 있어 일각(一刻)도 아깝다고 했다. 작업 구상을 위한 드로잉 분량만 해도 10년을 족히 작업하고 남을 양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시간이 부족해 다 못하고 있다”고 할 만큼 그녀의 작업실에는 창작의 시계추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정애는 은둔형 작가다. 전시가 열릴 때만 외부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직 작업에만 매달린다. 그야말로 치열하게 작업만 판다. 달항아리를 그린지 10여년에 이른 최근 몇년 사이에 전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올해만 11월 서울 전시와 12월 대구 전시를 포함해 4회의 개인전을 열게 된다. 전시가 작업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작가에게 “전시 요청이 끊이지 않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다. 전시 초대와 관람객과의 소통이 작업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랑과 행복에 대한 염원을 담아내는 부적 같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소장하려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계속 할 수 있고, 제가 달항아리에 담은 염원이 세상에 널리 퍼지는 지금이 제게는 축복인 것 같아요.” 전시는 11월 30일까지. 054-373-7374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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