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고정관념 타파·본연의 정신성 예술로 용해
회화 고정관념 타파·본연의 정신성 예술로 용해
  • 황인옥
  • 승인 2019.09.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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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갤러리 아소 ‘최병소·윤종주 2인전’
신문 표면 지우기 작업 지속 ‘최병소’
유신 등 사회문제 저항 40년 매진
지면 일련번호 順 지운 신작 소개
미디움·잉크 혼용 작품 선사 ‘윤종주’
붓 대신 물감 천 위에 붓는 행위작업
중첩·유기적 관계 통해 개체 진화
최병소전시작
최병소 전시작.

윤종주 전시작
윤종주 전시작.

작가 최병소(76)와 윤종주(48)가 2인전을 꾸린다고 하자 윤 작가에게 동료 작가들의 축하 인사가 쇄도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구는 물론 해외와 서울 등에서 주목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최 작가가 비슷한 명성을 가진 동년배가 아닌 30여살 아래 후배 작가와 여는 2인전인 까닭이었다. 속내인즉슨 윤 작가에게 영광스러운 전시라는 것.

윤 작가가 이에 대해 “평소 존경하는 최 작가님과 2인전을 갖게 되어 영광스럽다”며 “전시 준비를 할수록 내 인생에 의미 있는 전시로 다가온다”고 동료들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최 작가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였다. 그가 “나와 윤 작가는 나이차는 있지만 현대미술이라는 점에서 조합이 맞다. 우리는 둘 다 동시대 작가”라며 “작가라면 누가 봐도 내면에 고여있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하는데 윤종주는 그런 점에서 부족함이 없는 작가”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동시대 작가라는 측면에서 그와 윤 작가는 수평적인 관계라는 의미였다.

최병소·윤종주 2인전은 풀꽃갤러리 아소에서 10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연필이나 볼펜으로 그어 신문 표면을 지워낸 최 작가의 작품 20여점과 미디움에 물감을 섞는 방식으로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획득한 윤 작가의 작품 2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최 작가의 작품은 바닥에 설치되고, 윤 작가의 작품은 벽면에 걸렸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아소에서 전시를 열었던 작가들이 지난 전시를 회상하는 모임에서 즉흥적으로 제안해 성사됐다.

최병소는 신문지 표면을 긋는 방식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 작가의 신문지 작업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견고한 작품세계가 있다. 그의 강점은 다의적인 주제들을 ‘연필이나 볼펜으로 신문지를 지우며 존재의 근원을 파고든다’는 통섭력에 있다. 그는 우직하게 40여년을 매진해온 진정성, 유신시절의 언론탄압 등의 사회문제에 대한 저항성, 볼펜이나 연필, 신문 등의 소시민의 가난한 일상을 존재의 본질로 치환하는 주제 확장성, 6·25전쟁 시기 교과서 대신 사용한 신문에 대한 기억이나 신문을 즐겨 보았던 어머니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향수의 재소환 등의 주제들을 신문지 작업에 펼쳐놓았다.

이번 전시에는 신문지를 일련번호 순으로 지운 후 나열한 신작들을 전시장 바닥에 설치했다. 최 작가가 “요즘은 신문지면이 늘어나서 일련번호도 의미가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일련번호순으로 지우고 나열해 보았다”고 했다.

윤종주는 미디움과 잉크의 혼용에 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천을 씌운 패널 위에 혼합재료를 붓고 기울이는 행위를 가한 다음 말리고 과정을 중첩한다. 중첩하는 과정에서 전 작업과 후 작업이 서로를 흡수하면서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되고, 이것이 상처받고,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진화하는 개체성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원이 아닌 사각 형상을 선보이고 일반 종이와 트레싱 페이퍼(습자기) 등 두께가 다른 종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분의 일 분할해 겹치고 겹치는 선에 목탄 가루를 뒷면에서 뿌린 작업 등의 신작들을 선보였다. 그가 “중첩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개체가 진화하는 주제는 동일하다”고 했다. 특히 “색깔이나 형태에 의한 강한 어필보다 미묘한 감성을 추구한다”고 했다. 형태나 색의 역할이 시각적인 유희보다 내면의 깊이를 추구하는 도구로 작용한다는 것.

묵직하거나 신비롭거나. 최 작가와 윤 작가 작품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막상 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보니 회통하는 점도 없지 않았다. 우선 전통회화에 대한 저항정신이 그랬다. 최 작가가 캔버스 대신 신문지, 붓 대신 연필이나 볼펜으로 평면을 완성한다면, 윤 작가는 붓 대신 물감을 천위에 붓고 흔드는 행위로 작업하며 회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두 작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또 있다. 형상보다 정신성에 대한 추구다. 최 작가는 일상의 흔한 소재를 ‘긋고 지운다’는 노동을 더해 존재의 본질이나 근원이라는 철학적 숭고함으로 끌어올리고, 윤 작가는 중첩과 관계의 유기성을 추구하며 시간과 정신의 깊이를 추구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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