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 승인 2019.10.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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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볕이 좋은 한낮, 하늘을 운동장 삼아 줄을 지은 새털구름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팝콘이 쏟아지듯 후두두둑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연전에, 국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마치고 주변을 서성이다가 하늘을 주제로 한 사진전시회를 만나 눈이 시리도록 웅장한 하늘과 구름을 감상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구름을 보며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난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마음이 경건해지기도 했다. 작품을 감상하던 중 ‘만약 하늘에 한 점 구름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싶은 장난스런 상상이 미소를 짓게 했다.

구름은 물방울이나 작은 입자가 모여서 하늘에 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높이에 따라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 등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다시 권운(새털구름), 권적운(조개구름), 권층운(무리구름), 고층운(차일구름), 고적운(양떼구름), 층운(안개구름), 층적운(두루마리구름), 난층운(비구름), 적운(뭉게구름), 적란운(쌘비구름) 등 10가지 종류로 구분한다고 한다. 구름의 모양이 서로 다른 것은 구름이 만들어질 때 바람이 서로 다르게 불기 때문이라니, 재미있는 자연현상이 아닌가 싶다.

구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텔레비전이 없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초등학생 시절, 소풍을 가기 전날 밤에는 언제나 내일의 날씨를 엄마에게 물어보고는 했다. 엄마는 이마에 손차양을 하고 그윽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시고는 일기예보를 하듯 ‘햇볕이 날 것’이라거나 ‘조금 흐릴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켰으며, 그 예보는 거의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어두운 비구름이 몰려오면, 엄마들이 바빠졌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다가도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장독뚜껑을 덮고, 빨래를 걷으며, 생선이나 무 등 햇볕에 말리던 반찬가지들을 거둬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멋지고 아름다운 구름을 보면 어찌하여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일까. 또는 무겁게 내려앉은 먹구름을 보면 왜 사람들은 맵싸한 부추전과 막걸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구름은 그 색깔과 높이, 모양 등으로 미리 날씨를 알려주어 적절한 대비를 하게 함으로써 농사와 생활 및 자연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가져다주지만,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게 하는 정서적 작용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패션쇼를 하듯 구름이 옷을 갈아입고 조금씩 자리를 옮길 때마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바람이 인다. 다정한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한 구름이 있고, 황홀하고 찬란한 구름, 꼬리를 흔드는 매혹적인 구름도 있다. 그래, 구름 따라 흐르는 여행은 추억을 동반하여 온다.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뒤를 돌아보게 하며, 용서와 긍정의 포용심을 갖게 하는 노련한 조련사로서의 역할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신비로운 구름을 느끼지 못한 채 무심히 시간을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늘이 왜 파랗고, 보라색인지 또는 노을은 왜 붉게 타는지 빛의 반사와 산란, 파장 등을 알지 못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점점 각박해지고 이기적이며 거칠어지는 세상에, 하루 한두 번만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주변이 훨씬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결실의 계절, 이 가을의 주인공은 단연 하늘과 구름이다.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구름이 모나거나 각지지 않고 둥글고 부드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캄캄한 터널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고, 성난 구름을 만난 듯 우울하다. 즐거운 이야기보다 시국(時局)을 걱정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는 각종 의혹과 불신, 반목과 질시가 난무하는 어두운 구름이 하루빨리 걷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따가운 태양 아래 풍요로운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뭄으로 메마른 대지에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 둥실 떠 있는 하늘의 구름이 혼탁한 사회를 어루만지는 약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들의 가슴에도 넓적한 보자기 같은 구름이 있어, 언제라도 양보와 타협으로 편안하게 감싸 안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새털구름이 떠난 자리에는 어느새 파란 도화지에 하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뭉게구름이 소풍을 가고, 그들을 따라 나도 조금씩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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