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더 무섭다…학대 그늘에 갇힌 노인
가족이 더 무섭다…학대 그늘에 갇힌 노인
  • 강나리
  • 승인 2019.10.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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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복지부·경찰 자료로 본 대구 노인학대 실태
작년 211건…4년 새 34.3% ↑
지난 2년 6개월간 183건 검거
전국 16개 시·도 중 ‘다섯 번째’
전체 가해자 중 가족이 93.5%
경찰 “조기 발견·사후 관리 중요
학대 의심되면 반드시 신고를”
2일은 제23회 ‘노인의 날’이다.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하고 노인 권리와 복지 향상을 위해 199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은 공경받는 세대일까. ‘경로(敬老)’의 의미가 점차 희미해지는 가운데 경로를 비꼬아 노인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나타낸 ‘혐로(嫌老)’라는 말까지 쓰일 정도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의 빈곤, 외로움, 학대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구에서도 폭행, 방임 등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여서 노인의 날을 맞아 씁쓸함을 더한다. 학대 예방을 위해 원인, 대상별로 노인을 돌보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강화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노인 부양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노인 학대로 판정난 사례는 모두 211건이었다. 2015년(157건)과 비교하면 34.3%나 급증했다. 여성이 78%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연령은 70대와 80대, 90대가 대부분이다.

노인 학대로 2년 6개월간 180여 명이 검거됐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노인 학대 사건 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넘긴 노인 학대 사건은 대구가 183건(5.5%)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다섯 번째로 많았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3천332건(연평균 1천333건)에 달했다.

문제는 노인 학대가 대부분 배우자나 자식, 손자녀 등 직계가족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이다. 노인 학대 전체 가해자 3천446명 중 가족이 3천223명으로 93.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친인척은 1.1%, 타인은 5.3%를 차지했다. 특히 가정 내 학대 행위의 경우 노인이 가해자인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신고를 회피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으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한편 대구경찰은 노인 학대의 상습성이 높거나 피해가 중한 사건은 혐의 입증을 위해 증거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등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 사건 발생 시 경찰 내 학대예방전담경찰관과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협업하며, 통합 솔루션 회의를 개최하는 등 피해자 보호와 학대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노인학대는 조기 발견과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학대가 의심될 경우 112 또는 노인보호 전문기관으로 꼭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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