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경제전쟁도 마찬가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경제전쟁도 마찬가지
  • 김종현
  • 승인 2019.10.02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경제보복이 부른 불확실성
불확실성은 어둠·안개와 같아
날이 밝고 해가 뜨면 없어져
정보라는 열쇠로 최소화해야
대구가 제창하는 신성장산업
일본의 기술·소재에 큰 의존
‘가마우지경제’에 예속돼 있어
마법적 경제주술서 벗어나야
신택리지-체크리스트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경제전쟁에서 이긴다.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대구 택리지 - (38) 벼락이 떨어져도 동요않는 포커페이스 일본인

일본이 체계적이고 차분하게 빈틈없이 ‘조선정복의 꿈’을 추진하는 데는 관련된 모든 정보의 수합·축적이 있다.

정보라는 황금열쇠로 미지의 공포를 털어내고, 계획이란 터널 끝 빛으로 불확실성이란 짙은 안개를 걷어낸다. 국민들도 속칭 기록하는 민족 일본인답게 1985년 8월 12일 추락하는 비행기(日本航空123便) 안에서도 차분히 “이젠, 끝이다(もう,だめだ).”라고 숨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메모로 기록을 남겼다. 일본인의 냉정함에 지구촌이 경악했다.

이런 냉정함은 어디서 오는가? 최근 2019년 7월 21일 참의원 선거투표율 44.7%, 2018년 6월 13일 투표율 58.0%와 비교하면 14.7%나 정치적 무관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를 가업으로 상속하는 후진성을 봐서 정치적 신뢰도가 높다고도 할 수 없다. 일본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수합한 정보로 불확실성(uncertainty)을 최소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파고를 정보라는 열쇠로 해독하고 있다.

2017년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배리 아이컨그린(Barry Eichengreen, 1952년생)은 오늘날 ‘초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를 ‘터널 속의 뱀(snake in the tunnel)’으로 비유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는 경제전반을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만들고 있다. ‘불확실성 여전, 금리 내릴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능” ‘아베의 노림수는 한국경제에 불확실성 주는 것’ 등의 걱정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의 불확실성보다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높은 지역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심각하지만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란 어둠이나 안개와 같다. 날이 밝고 햇살이 나면 자연히 없어지는 것이다. 1982년 언어사회심리학자 찰스 버거(Charles R. Berger, 1939~2018)는 ‘언어와 사회적 지식 : 대인간의 관계에서 불확실성(Language and Social Knowledge : Uncertainty in Interpersonal Relations)’에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수단(Uncertainty Reduction Theory)으로 언어적 커뮤니케이션(verbal communication), 비언어적 제휴 표현과 온정(non-verbal affiliative expressiveness & warmth), 정보 탐색(Information seeking), 의사소통 내용의 친밀감 수준(intimacy level of communication content), 상호 호혜성(reciprocity), 호감(liking), 유사성(similarity), 공유하는 네트워크(shared networks) 의사소통 만족(communication satisfaction)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사전에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정보 탐색과 활용, 상황별 시나리오, 비상기획, 출구기획 등의 복잡한 사전계획, 유머, 농담, 인정미 등으로 둘러가기(迂直之計)도 있다.

일본사람들은 쓰나미(つなみ, 海溢), 태풍, 지진 등의 각종 천재지변에 단련된 위기극복 체험도 있지만, i) 평소 메모하고 독서하는 습성에서 축적된 정보를 통해 ‘공포의 해독화(恐怖の解毒化)’, ii) 사전계획, 매사를 매뉴얼로 만들어서 처리, 뿌리돌림(根回し), 체크리스트(checklist)를 통한 수차례 점검으로 문제발견과 문제해결, iii) 완곡한 의사소통을 통해 행동적 불확실성(behavioral uncertainty)을 둘러서 지름길 가기 등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iv) 불확실성을 직면하면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를 통해서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처리하며, v) 나아가 사무라이 후손답게 오륜서(五輪書)를 숙지했기에 매사를 뒤집어보고 행복 만들기(轉禍爲福), 그림자를 밟아서 실체를 없애며(踏影除形), 최악의 경우엔 살이 베이더라도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肉斬骨斷). 어떤 면에서는 중국의 36계(三十六計)를 중국 사람보다도 더 능수능란하게 이용하고 있다.

◇ 일본장단에 춤추지 말고, 제정신 바짝 차려야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아(知己知彼)야 이길 수 있다. 친구들과 포커(poker)를 한판 쳐보면 사람 됨됨이를 엿볼 수 있다. 상대방의 i) 포커페이스(pokerface), ii) 블러핑(bluffing), 그리고 iii) 핸들링(handling) 으로 간파한다.

크게 보면, 외교전쟁, 경제전쟁 및 군사전쟁도 포커게임처럼 상대방의 행동 혹은 언어 등의 표현을 읽고 손에 쥐고 있는 패를 잘 써야 이길 수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孫子兵法謀攻篇)에 “적을 알고 자신을 알아야 위태로운 싸움을 매번 하지 않을 수 있다(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결론을 내렸다. 매사에 주제파악도 못하고 덤벼드는 친구들 볼 때에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일본과 거래에 있어서는 반드시 시작하기 전에 몇 번이고 중복점검과 교차점검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또한 면밀한 계산을 한 뒤에 덤벼드는 것이 좋다. 그들은 늘 함정을 파놓고 위장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이 가마우지경제라는 실상을 비로소 알았다. 그것도 1988년 9월 일본경제평론가 코무로 나오키(小室直樹)가 ‘한국의 붕괴(韓國の崩壞)’라는 저서에서 한국경제가 붕괴할 위험성으로 i) 자본주의정신의 빈약, 정치적 논리에 의한 비합리성, ii) 일본특유의 ‘억압이양의 원칙’ 즉 반드시 콤플렉스(complex)를 해소하고자 한국을 타격하는 경제전쟁을 예고했다. 한국경제의 허약성으로 가마우지경제체제를 제시했다. 특히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빈약성에 대해서 ‘한국경제발전에 100년간 발목잡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우리나라는 적반하장의 경제보복을 당하고서야 비로소 ‘54년 가마우지경제를 펠리컨경제로 변혁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이렇게라도 실상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반드시 일본의 마법적인 경제주술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계림의 리장(桂林離江), 일본 기후시 나가라가와 우가이 및 동남아 어촌에선 1천300년 전부터 가마우지의 발목을 묶은 끈을 다시 긴 장대에 묶는다. 붉은 끈으로 가마우지 목을 매어서 물고기를 잡아도 못 먹게 만들다. 이렇게 해서 강에다 가마우지를 던져 물고기를 잡으면 장대를 당겨서 물고기를 빼앗는다. 참으로 손쉬운 약탈법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동시대 유명한 마츠오 바쇼마쓰오 바소(松尾芭蕉)라는 시인은 “화톳불에 얼굴이 밝더니 이윽고 슬픈 가마우지낚시일까”라는 하이쿠(俳句)를 남겼다. 미국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1889~1977)도 1937년과 1962년에 2번이나 나가라가와(長良川) 가마우지낚시를 즐겼다.

한국경제를 일본의 가마우지경제로 설계한 사람은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きし のぶすけ, 1896~1987)다. 일본인들도 그를 ‘소화의 요괴(昭和の妖怪)’라고 한다. 만주국 총무차관 때에 만주사관학교생도 박정희와 인연을 맺었다. 1965년 국교정상화 땐 그에게 정치적 지원을 요청했고,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 때엔 경제자문을 받았다. 우리 속담에 ‘아는 사람이 도둑놈’이라고 했다. ‘고생은 한국이 하고, 과실은 일본이 챙긴다’라는 슬로건으로 일본이 한국의 경제를 100년 이상 식민지화하는 가마우지경제를 창안했다. 늦었지만 54년 만에 알았으니 끝낼지 지속할지는 이젠 우리의 역량에 달렸다.

일본의 소재, 부품 및 기술 의존도가 70~90%나 된다. 대구시가 제창하고 있는 물 산업, 미래형 자동차, 의료, 로봇, 에너지+스마트시티(Smart City) 5대 신성장산업도 하나같이 대구산업을 모태(母胎)로 하지 않고 일본의 기술과 소재에 의존하고 있다. 즉 일본의 가마우지경제(うかい經濟)에 예속되어 있다. 대구뿌리산업은 규모에선 93.1%가 10인 이하로, 업종은 자동차부품 및 금속·기계산업이 57.1%이며, 임금에서는 전국최고 장시간노동과 저임구조(低賃構造)란 취약성을 갖고 있다. 신성장산업의 모태산업은 동반성장을 할 여력이 없고, 적자생존마저 불확실한 상황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