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밖으로
동굴 밖으로
  • 승인 2019.10.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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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서양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마치 ‘동굴 속에 갇힌 죄수’의 모습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얼마나 닮았을까. 그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플라톤이 비유하고 있는 동굴의 모습은 대략 이렇다. 먼저 동굴 가장 깊숙한 곳에 죄수들이 손과 발이 모두 묶여있다. 그리고 죄수들의 몸은 뒤를 돌아볼 수 없도록 고정되어 있다. 그들은 모두 입구와는 반대되는 동굴 벽만을 쳐다볼 수 있을 뿐이다. 묶여 있는 죄수들 뒤, 입구 가까운 곳에는 장작불이 피워져 있다. 장작불이 켜지면 동굴 안은 밝아지고, 불이 꺼지면 깜깜한 어둠이 찾아온다. 장작에 불이 피워지고 불과 묶여 있는 죄수들 사이로 사람들과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동굴 벽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죄수들은 모두 몸이 묶여있는 상태라 자신들의 뒤의 세상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은 동굴 벽면의 세상이다. 여기까지가 플라톤이 묘사한 동굴의 모습이다.

죄수들이라 불리어지는 우리 인간은 모두 동굴 입구와는 반대되는 동굴의 안쪽 벽만을 쳐다보면서 평생을 묶인 채 살아간다. 그리고 동굴 벽면에는 한 번씩 그림자가 생긴다. 그 그림자는 묶여있는 죄수들 뒤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물체가 벽면에 그림자의 모습을 나타내게 하는 것은 장작불의 빛이다. 장작불이 꺼지는 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이 되고 장작불이 켜지면 낮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그들은 한 번씩 벽면에 보이는 모양을 보면서 그들 나름대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저것은‘나무’다. 저렇게 뛰어다니는 꼬리 달린 것을 ‘개’라고 이름 붙인다. 개가 짖는 소리도 그림자가 내는 소리라고 믿고 살아간다. 어린아이가 그들의 뒤를 지나가면서 그림자가 생길 때는 ‘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칼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있었고, 여자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있었다. 그렇게 그림자를 보면서 그들은 사물을 인식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름붙인 그것들을(나무, 개, 아이 등) 실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재는 그들의 뒤에 있다. 그들이 평생을 보고, 듣고, 인식해 왔던 모든 것들은 동굴 벽면에 비친 모습들이다. 즉, 실재가 아니라 그림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들이 이름붙인 물체들의 실재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이 모습이 우리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고 플라톤은 얘기한다.

어느 날 죄수 중 한 명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손과 발에 묶여 있던 쇠사슬이 풀려버린 것이다. 드디어 그가 한 번도 본적 없던 세상의 뒷면(실재)을 보게 된다. 그곳에 그들이 아이라고 불렀던 어린아이가 뛰어 다니고 있었고, 그들이 개라고 불렀던 동물이 짖는 소리를 직접 듣게 된 것이다.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믿어왔고, 알아왔던 것들이 모두 한 낯 그림자에 불과 했음을 알게 되었다.

동굴 밖으로 고개를 돌려 한걸음씩 나가다 보니 환한 빛을 만나게 되었다. 진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빛이 처음에는 너무 강렬해서 두려웠다. 그래서 동굴 밖을 나가길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 죄수는 용기를 내어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무를 만져 보았고, 들판에 뛰어다니는 사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다. 너무나 신기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믿어왔고, 알아왔던 세상이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결심한다.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로. 가서 동굴 안에 묶여 있는 다른 죄수들을 밖으로 불러와야겠다고.

다시 동굴로 들어간 죄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묶여있던 죄수들의 조롱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 해괴한 이야기를 한다고, 선량한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그를 욕하기 시작했고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사람은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낯설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실재 세상을 볼 수 있다. 책을 한권만 본 사람이 가장 무섭다 했듯이,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누군가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동굴 밖으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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