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1) - 오지 않았으니 갈 수도 없다
제비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1) - 오지 않았으니 갈 수도 없다
  • 승인 2019.10.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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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이 땅의 많은 분들은 어렸을 때에 가을이 되면 수많은 제비들이 다시 남쪽 나라로 떠나기 위해 전깃줄에 잔뜩 앉아있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때 쯤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이제 그 논 위를 날아다니는 멸구며 나방이 보이지 않으면 제비들은 먹이를 찾아 다시 따뜻한 곳으로 날아갈 채비를 하는 것이지요.

필자는 어렸을 적에 제비가 하도 많이 앉아서 전깃줄 가운데가 축 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언제 떠났는지 그렇게 많이 모여 머릿수를 세던 제비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전깃줄만 덜렁덜렁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빈 전깃줄도 가운데가 축 늘어져 있다는 것을.

출발 전에 한곳에 모였던 것은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새끼는 잘 키웠는지, 이제 또 새로운 곳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길은 어떻게 잡을지 의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어릴 때에 필자는 마을 훈장님으로부터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배웠는데, 그 훈장님은 가끔씩 파자(破字)를 통해 한자(漢字)의 의미를 가르쳐주시곤 하였습니다.

1960년대 중반 그 무렵 우리 마을에는 아침에 농사일 나가기 전에 취미로 마을 아이들 대여섯 명을 집으로 불러 한문(漢文)을 가르치는 훈장님이 계셨습니다. 물론 그 뒤에는 주선하신 우리 부모님들이 계셨습니다.

그 때 어린 나이였지만 훈장님으로부터 몇 번 설명을 듣다 보니 ‘모일 집(集)’ 자는 ‘새(?)’가 ‘나무(木)’ 위에 잔뜩 앉았으니 ‘모인다’는 뜻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찾아올 때에는 ‘모인다, 이르다’는 뜻이지만 모인 다음에는 결국 떠나야 할 테니 ‘집(集)’ 자 속에는 ‘떠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어떠한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것과 같이, 글자도 그 놓이는 위치에 따라 다른 함의(含意)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시골이라 하더라도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안부를 나누는 제비의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옛날에 그렇게도 많았던 제비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지금 봄이 되어도 찾아오는 제비를 볼 수 없습니다. 제비만큼 높은 귀소성(歸巢性)을 가진 새도 없습니다.

정민 교수의 글에 따르면 오카 나오미치(丘直通)라는 일본 학자가 1931년부터 1936년까지 6년 동안 6014마리의 제비에 표시를 매달아 그들의 귀소성을 실험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 가운데 412마리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돌아온 제비 가운데 다 자란 상태에서 떠났던 새는 무려 47.1%였는데, 배우자끼리 전에 살았던 둥지로 그대로 돌아온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귀소성이 높은 제비가 왜 지금은 이렇게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아, 그리운 제비!”

어떤 사람들은 제비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지 않는 것은 정치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먹을 것은 없는데 악다구니처럼 물고 뜯고 싸우는 판이니 어찌 찾아오고 싶겠느냐는 것이지요. 더구나 사회 지도층이라는 부류일수록 온갖 탈법 불법을 일삼아 사회 전체가 독한 냄새로 오염되어 있으니 아예 날아와 앉기를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고, 제비님! 그러지 말고 제발 돌아오셔서 시시비비(是是非非) 좀 가려주소.

옛 우리 선조들은 제비가 <논어(論語)>를 읽는다고 생각했다지요?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

가난해도 그 옛날에는 이 구절을 깨우쳐 주려고 봄마다 찾아와 지지배배 지지배배하며 시시비비를 가르쳐주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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