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롭고 즐거운 내면의 풍경
조화롭고 즐거운 내면의 풍경
  • 황인옥
  • 승인 2019.10.03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러리 인 슈바빙 ‘박미리’展
마음의 잔상 화려한 색채로 표현
크로키 강점 살려낸 선의 조화
깊이있고 따뜻한 추상 구현 원해
박미리-그곳에머물고싶은1
박미리 작 ‘그곳에 머물고 싶은…’.

하늘이 먼저인지 땅이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선후관계를 따질 겨를 없이 서로를 보듬으면 만사형통이다. 광활한 창공이 품을 내어놓으면 대지는 몸을 기대고 체온을 나누면 그만이다. 작가 박미리는 ‘일상의 기억들’ 연작에서 하늘과 땅, 육제와 정신, 지구와 우주, 본질과 비본질을 내면 깊숙한 곳에서 통섭하는 열일을 마다않는다. “저는 일상 속에서 늘 함께하는 꿈, 추억, 만남, 욕망, 고뇌, 열등감과 같은 내면세계를 그림에 담아왔어요.”

박미리 초대전이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명은 ‘그곳에 머물고 싶은….’ “내게 캔버스는 다각적인 시도가 가능한 작고도 큰 공간이에요. 그 공간에 깊게 얽히고 넓어지는 진지한 세계를 만들고자 해요. 머물고 싶은 세계를 말이죠.” 전시에는 작가의 철학과 사색이 시각적인 질서로 드러나는 평면회화 30여점을 소개한다.

작품을 굳이 분류하면 반추상이다. 투박한 면과 날카로운 선들이 격정적으로 보듬거나 밀어내는 과정에 언뜻언뜻 풍경이 스친다. 마음껏 나래를 펼쳐도 누가 뭐랄 것 없을 법한 푸근한 면들 사이에 집과 빌딩, 나무와 숲이 자유분방하게 어우러지는데, 수줍은 아이처럼 본능적인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풍경은 풍경이지만 제 내면과 일체된 풍경이에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현대미술로 넘어왔다. 크로키도 20여년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색채는 눈이 부시게 화려하다. “먹빛에 가려졌던 색에 대한 본능이 현대미술로 넘어오면서 분출한 결과”였다. 작가는 눈으로 보는 형상보다 마음에 남는 잔상을 진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남지 않아도 색의 느낌은 남죠. 색이 주는 상징성이나 심리적인 요소는 형상보다 강렬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색을 많이 쓴다. 대신 자극적이지 않은 깊이감과 품격을 추구한다. “저는 가볍지 않은 색의 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럴 경우 색의 조화가 중요해지죠. 색의 강약, 색의 조화에 관심을 기울여하는 이유죠.”

동양화와 크로키의 강점은 살려냈다. 지배적인 화풍에 선(線)적인 요소가 자리한다. 여기에 면과 선의 조화가 더해진다. 선이 중심을 잡고 색이 조화를 이뤄서일까?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은, 딱 중간을 달린다. 작가가 “내 스스로 즐거운 그림을 추구한다”고 했다.

반추상으로 변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꽃이나 풍경, 나무 등 소재는 구애 없으되, 사진을 보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대신 거칠었다. 그러나 30년을 그리면서 구상적인 풍경이 무료해졌다. “내 감정이 배제된 그림이어서 만족감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반추상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 한창 탄력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작가가 “목이 마른 것은 여전하다”고 했다. “더 깊어진 추상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추상 중에서도 작가의 본성에 가까운 따뜻한 추상을 염원했다. “형태를 떠나서 조형적인 요소로만 장난을 쳐보고 싶어요. 추상의 그런 확장성에 목이 마른 것 같아요.”

추상에 의지해 무한한 자유를 누리기를 바라지만 내용은 소박하다. “더 넓은 우주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이상향에 발을 붙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다. 소소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보석을 발견해 내는 것을 예술가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전시는 6일까지. 053-257-17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