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학교,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다
내일학교,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다
  • 승인 2019.10.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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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지난 달 20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는 ‘대구내일학교’의 졸업식이 열렸다. ‘대구내일학교’는 교육청이 인정하는 초·중학교 학력 인정 문해학교다. 학생 평균연령이 70세에 육박하다보니 선생님 나이가 제일 어릴 때도 비일비재하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초등과정의 113명, 중학과정 99명의 어르신들이 학사모를 썼다. 최고령 졸업생은 82세다. 뒤늦은 나이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게 된 어르신들께는 각자 두꺼운 소설 몇 권의 사연이 거뜬할 것이다. 사실 내일학교에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입학생도 진입진단평가를 쳐서 성적순으로 선정된다. 학력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만큼 교육부 고시에 따라 초등학교의 경우 주당 3회 6시간의 수업이 진행되고, 그 과목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다양하다. 수 년 전 업무 때문에 내일학교를 몇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체육시간인 듯, 한 무리의 할머니 학생들이 체육 선생님을 따라 운동장에서 건강걷기를 배우고 계셨다. 교실 안에서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일학교 곳곳에서 소녀와 같은 웃음소리가 간간히 쏟아졌다. 그 젊고 건강한 에너지는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하다.

내일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교육이 가진 하나의 사회적 책임활동이라고 생각해 본다. ‘사회적 책임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보통 기업이나 경영의 용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가진 당위적인 책임으로, 기업이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하는데 있다. 기업의 성장을 유지하는 지속가능성은 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으며, 기업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하여 증명된 바 있다. 대규모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국제표준(ISO)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인증코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면서, 기업의 사회 참여를 장려한다. 지역사회 역시 다양한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업의 참여가 반갑다. 자발적인 사회적 홍보 속에서 기업의 성장도 이어진다. 그러한 점에서 사회적 책임활동은 기업과 사회 간의 win-win 전략이다. 유수의 대기업들을 필두로 다양한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경영의 중점으로 두고 ‘착하게 돈버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이러한 사회 흐름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도 기업과 같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최근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학교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조직몰입이나 동료에 대한 신뢰, 학교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실 어쩌면 학교는 그 자체가 이미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기관일지도 모른다. ‘교육’이라는 목표가 사회의 선을 이룩하는 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정도를 학교의 주된 목적으로 본다면, 그 외에 학교가 가진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사회적 책임활동이 대단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부터 학생들의 위문 공연, 각종 캠페인의 실시 등 그 참여의 형태는 다양하다.

학교의 단위가 교육청으로 커지면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많은 시민들을 위한 교육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유·초·중·고·특의 교육청의 관리 범위를 넘어서서 왜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대구내일학교가 생길 때만 해도 그러한 논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에 대한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평생교육의 실현이 교육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는 대구내일학교 역시 대구교육이 맡은 큰 과제다. 내일학교의 학습자들이 지하철의 전시공간을 활용하여 열었던 시화전에 참석했던 일이 생각난다. 글을 몰라 무섭고 슬펐던 어르신들께 학교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들은 얼마나 재미나던지. 돌아가신 엄마에게 쓰는 한글 편지, 손녀에게 읽혀주고 싶은 동시, 소소한 하루의 일기까지. 한 자의 꾸밈없이 표현된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문득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간절한 학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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