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이 남긴 상처…도로 사라지고 1년 만에 또 상가 침수
태풍 ‘미탁’이 남긴 상처…도로 사라지고 1년 만에 또 상가 침수
  • 남승현
  • 승인 2019.10.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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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3일간 누적 강수량 555㎜
뒷산서 흘러내린 돌 마당 덮쳐
영덕, 살림·판매상품까지 피해
“군청가서 시위해야 하나” 한숨
물빼내는소방차
3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인근 지역에서 소방차가 건물에 들어찬 물을 빼내고 있다. 연합뉴스

차덮친돌
3일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에서 태풍 ‘미탁’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마을 뒷산에서 흙과 돌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차를 덮쳤다. 연합뉴스

지난 2일과 3일 사이 태풍 ‘미탁’이 지나가면서 울진과 영덕은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생활 공간이 쑥대밭이 됐다.

3일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 마을에서 만난 윤석남(57)씨는 “여기가 원래 도로가 있던 자리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완전히 돌밭이 됐다”고 했다.

울진에는 2일 시간당 91.3㎜가 내린 데 이어 3일 시간당 104.5㎜가 쏟아져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일부터 3일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울진이 555.6㎜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상당수 금매2리 주민은 집중호우가 내리자 면민회관 등으로 대피했고 일부 주민은 집을 지켰다.

날이 밝아 돌아본 마을은 쑥대밭이었다. 금매2리에는 많은 비와 함께 뒷산에서 호박 크기 만한 돌과 흙이 그대로 흘러내려 길과 마당을 메웠다.

집 담이 무너졌고 배추밭 위로 흙과 돌이 30㎝ 이상 쌓여 외부인은 밭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사륜 오토바이와 고무통은 한참 아래로 떠내려갔다. 특히 경차 한 대는 20m 이상 아래로 떠내려간 뒤 흙과 돌 속에 파묻혔다.

집 안에 쓰러진 가재도구와 돌로 메워진 마당을 보며 최모(66)씨는 눈물을 훔쳤다.

그는 “비가 많이 내릴 때 워낙 경황이 없어 내복 차림으로 몸부터 피했다”며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시장에 커다란 배수펌프를 설치해 물을 밖으로 빼냈지만 이미 침수한 터여서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대피령에 따라 고지대에 있는 건물이나 상가 2층 등에 대피했다가 비가 그친 새벽이 돼서야 현장을 본 주민은 한숨만 내쉬었다.

상가와 집에는 세간이 물에 떠내려가고 팔아야 할 상품이 못쓰게 됐다. 가전제품이 망가지고 장판이나 벽지가 다 물에 젖었으며 방바닥에 설치한 보일러까지 엉망진창이 됐다.

생선가게 수족관에는 바닷물 대신 흙탕물이 들어차 상인은 살아남은 생선을 활어차를 이용해 빼내느라 안간힘을 썼다.

도로도 엉망진창이었다.

주민은 무엇보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10월 태풍 ‘콩레이’로 큰 피해를 겪었음에도 다시 피해를 봤다는 데 좌절감을 느낀다.

한 식당 업주(73)는 “작년 태풍 때 청소하고 말린다고 집에서 지낼 수 없어 한 달간 밖에서 지냈는데 올해 또 못 들어가게 생겼다”며 “이제 군청에 가서 눕든지 무슨 수를 내야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진석·김익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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