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에 대하여(의사와 한의사, 둘 다 필요할까?)
의료일원화에 대하여(의사와 한의사, 둘 다 필요할까?)
  • 승인 2019.10.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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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대경영상의학과 원장
의료계에는 오랜 숙제가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거르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이지만 막상 마땅한 답이 없는 골치덩어리,바로 의료일원화다.

이웃 일본에서는 근대 개화기에 전통의학을 의학에 통합시켜 의사가 진료하면서 필요하면 침을 놓는 식의 통합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의사와 한의사가 다른 방식으로 각각 진료하고 있다. 이렇게 의사와 한의사로 나뉜 이원적인 의료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을 의료일원화라고 한다.

하나의 가치를 두고 여러 가지의 접근법과 평가가 있는 것은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양성의 표현으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통해 본다면 상이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에 있어서 그 결과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의 영역을 법으로 정해놓고 그 영역을 침범하면 양보 없는 충돌을 하는 일이 일상화 되어 버렸고,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의학은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신성한 학문이다.철저히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고 모든 것이 공유되어 인류 전체의 공통의 지식이 되는 보편타당함을 가져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진료의 위험성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의학에서 신약을 만들거나 새 치료법을 고안하게 되면 여러 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치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그 결과와 동반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 하는 최적의 치료법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를 학계에 보고하여 보편타당함을 가지게 한다.

자신만의 처방을 신비함으로 포장한 소위 비법, 비방을 고집하며 과학적 접근을 거부하는 의료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의학이든 한의학이든 그 원리와 접근법에 상관없이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는 의료제도를 바란다. 생명의 소중함을 먼저 생각하는 의료인 본연의 초심을 되새긴다면 각자의 이익을 내려놓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 일원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꼭 가야할 길이다.

그런데, 최근 한의학계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Xray,초음파 등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권을 주장하는가 하면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겠다고 나서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했다. 한의사가 현대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행위일 뿐더러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현대 의과 의료기기는 현대 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한방 의료기기는 한방 이론에 근거해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제껏 현대의학과 한방은 다르다며 독창적인 의료 체계임을 애써 주장해온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침구사의 침구나 뜸 행위에 대해선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는 한의사가, 대학시절 몇 시간 강의 받은 것을 내세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강변하는 것은 백번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한의학계는 우선 자신들의 면허 밖인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의 욕심을 접고 비방 중심의 한약 체계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원화된 면허체계로 인한 국민의 혼란과 국가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의학교육일원화를 통한 의료일원화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의학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존 의사와 한의사에게 소정의 교육 수료 후 통합의사면허를 주는 식의 땜질식 의료일원화는 두 단체의 손익만 맞으면 바로 시행 가능하겠지만, 전문성의 수준에서 본다면 오히려 안하느니 못하다.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의대와 한의대의 교과과정을 통합하여 통합의사를 배출하는 제대로 된 의료일원화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의료일원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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