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빈손으로 왔다” vs 美 “창의적 해법 제시”
北 “美 빈손으로 왔다” vs 美 “창의적 해법 제시”
  • 최대억
  • 승인 2019.10.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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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실무회의 ‘노딜’
北 “ICBM 중지에 화답 필요”
美 “비핵화 조치에 상응조치”
양측 “협상 조기재개 의지”
 
스톡홀름시내의미국대표단
회담 결렬 후 美 대표단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미국 대표단 일행이 5일(현지시간) 밤 협상 결렬 뒤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숙소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의가 결렬된 가운데,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빈 손으로 왔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미국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반박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비핵화 협상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주 앉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명길 대사는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의 협상 뒤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결렬 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다”고 밝혔고, 북한 김명길 대사도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영변 폐기+α’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설을 비롯한 안전보장 조치와 섬유·석탄 수출제재의 유예 등 일부 제재완화를 상응조치로 제시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을 향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으로 비난했다.

그는 또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말해 ‘안전보장’과 함께 ‘제재 해제’가 요구 조건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노이 노딜’의 배경인 비핵화와 안전보장·제재해제 이행을 둘러싼 간극이 여전한 것이다.

김명길 대사는 이날 ‘현실적 방도’를 제안했다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자신들이 취한 조치를 나열한 뒤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추가 제재, 한미 연합군사훈련 지속,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했다. 이런 조치들이 중단돼야 완전한 비핵화의 합의든, 영변 핵시설 폐쇄든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명길 대사가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걸맞은 안전보장·제재해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으로 읽힌다.

문제는 앞으로 협상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가운데, 북한은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지난달 9일 담화)고 경고해왔다.

다행히 김명길 대사는 당장 미국과 대화를 접겠다는 식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면서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말해 협상 지속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번 조미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시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영원히 닫아버리든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도 않았다.

미국도 협상 조기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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