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궁을 찾아 헤매는 김사람·詩와 미술 결합한 파격적인 권기덕
아름다운 궁을 찾아 헤매는 김사람·詩와 미술 결합한 파격적인 권기덕
  • 황인옥
  • 승인 2019.10.06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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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람 ‘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출간
파괴적인 첫 시집에 대한 반성…세상 부조리에 대안 제시
권기덕 ‘스프링 스프링’ 출간
미술 기법 차용해 미학 극대화…스프링에 변증법 대입
5일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시인 김사람과 권기덕이 나란히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김사람은 시집 ‘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를, 권기덕은 ‘스프링 스프링’을 출간했다. 공교롭게도 두 시집의 표지도 약속한 듯 붉은 계열이고, 이들이 동인 ‘리비도’ 창립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동시 시집 출간의 연관성에 궁금증을 유발케 한다. 하지만 김 시인의 시집은 시인보호구역에서, 권 시인의 시집은 ㈜함께하는출판그룹 파란에서 펴내 두 시집 사이의 공통분모는 찾을 수 없다.

“첫 시집도 2015년 겨울에 한 달 차이로 출간해서 2집 시집도 비슷한 시기에 나와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지만 사실 그런 건 없습니다.” (김 시인) “대구의 젊은 시인으로써 함께 시를 쓰고 있는 친구가 저와 동시에 시집을 내니 반가움이 두 배죠.” (권 시인)

김사람 시인


◇ 세상의 부조리 외치는 김사람

김사람은 2008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했다. 2015년 이전까지 습작 활동을 이어오다 시가 폭발한 것은 2002년부터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억눌렸던 감정들이 시로 분출한 것. 첫 시집 ‘나는 이미 한 생을 잘못 살았다’는 2015년에 세상밖으로 나왔다. 그의 첫 시집에는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의 견고한 부조리함에 대한 저항정신이 표출됐다. 시인은 “첫 시집에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깨부수었다”며 보다 완고한 표현으로 첫 시집에 담아놓은 작가정신을 언급했다. 특히 사고체계의 산물인 기존의 언어체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언어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첫 시집은 파괴적이고 공격적이었어요.”

김 시인이 이번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은 첫 시집에 대한 반성이자 새로운 가치체계에 대한 제시다.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궁을 만들어야 하는데 첫 시집에서 그러지 못한 것 같았어요. 어쩌면 내가 만든 세상이 미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나 비록 미궁이지만 아름다운 궁을 찾고 있음을 두 번째 시집에서 말하고 싶었어요.”

권기덕 시인


◇ 부정이 역동성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권기덕

권기덕은 2009년『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그 역시 2015년 첫 시집 ‘P’를 출간했다. 권 시인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본 관점을 시로 표현한다. 특히 사물은 끊임없는 변화 과정 속에 있고, 모든 사물이나 과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한다는 인식에 의거, 세상의 변화를 설명한다.

“세상에 없는 시를 쓰고 싶었다”는 권 시인의 시는 그야말로 파격이다. 시의 형식을 혁파했다고 할 정도의 파격을 시도한다. 시와 미술의 중간지대를 달리는 것. 이는 미술을 전공한 시인의 이력으로부터 왔다. 시인은 시의 감각적, 형식적, 미학적인 부분들을 미술 관련 이론이나 기법을 차용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권 시인은 2집 ‘스프링 스프링’에서 ‘정(正)→반(反)→합(合)’이라는 변증법적 방법론을 스프링에 대입한다. 변증법적 방법론이야말로 부정의 역동성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삶의 방식으로 인식한다. 그가 이번 시집은 “스프링이면서 스프링이 아닌 모든 것”이라고 했다. “시집 속의 자아는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몸이면서 스프링처럼 따뜻한 꽃을 피우는 것이 되죠.”


◇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된 두 시인

함께 수행하는 벗을 불교에서는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도(道)로써 사귄 친구라는 의미인데, 영적 교감이 특별한 사이를 말한다. 시인 김사람과 권기덕의 인연을 알면 알수록 불가의 도반을 닮아있다. 공교롭게 겹친 작은 인연이 ‘시’를 매개로 재회한 이후에 ‘시인’이라는 끈끈한 예술적 동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둘의 첫 만남은 대구교육대학교 동기생. 김 시인이 대구교육대학교 음악교육학과에, 권 시인이 같은 학교 미술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사실 대학 재학 시절은 안면 정도 트는 정도에 불과했고, 대학 졸업 후 교사발령이 나자 둘의 인연은 흩어졌다. 사회생활 중에 이들이 재회할 가능성도 희박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사자들조차 놀랄 만큼 의외의 장소에서 해후했다. 이들을 새롭게, 이전보다 더 끈끈하게 묶어준 매개가 바로 ‘시’였다. 권 시인이 “김사람이 시를 쓴다는 사실을 대학 다닐 때는 몰랐다. 2009년 경에 김사람 시인이 운영하던 인터넷 카페 ‘대구의 젊은 시인들’에서 만나 알게 됐다. 그 당시 김사람 시인이 대구에서 드물게 활동하던 젊은 시인들이 모일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시인도 “‘시’를 통해 만나면서 예술적인 친구가 됐다”고 말을 보탰다.

두 시인은 한 해의 시간차로 등단하고 첫 시집도 2015년 10월과 11월에 서울 소재의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정훈교 시인을 비롯해 ‘리비도’라는 동인도 함께 만든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공교롭게 같은 공간에서 수학한 두 동기생의 인연이 이만하면 예술적 도반 만큼의 깊이라고 해야 하지 않으런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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