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면 찾아서 공장 ‘발품’
구청 요리 강습서 국물맛 완성
다양한 밑반찬 준비도 정성
고등어정식·술안주도 팔아
“친구와 함께 일하는 게 행복”
착한가격 이 업소, 달서구 ‘웃는돈지국수가’
대구 달서구 진천역 현대아파트 주변에 있는 ‘웃는돈지국수가’는 유계선(여·65)사장과 20년지기 친구들이 저렴한 가격에 국수 및 백반류를 판매하고 있다.
가게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독특한 상호명에 눈길이 간다. ‘웃는돈지’는 유 사장의 오랜 별명으로, 그의 이메일 주소 ‘스마일 피그(smile pig)’에서 따왔다. 유 사장은 “가게 이름이 꽤 눈에 띄는지, 방문하는 손님마다 체인점이냐고 물어볼 때가 많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별명과 걸맞게 그는 일하는 내내 유쾌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우자 주변 식자재마트에서 날아온 할인 전단을 친구와 함께보며 다른 마트와 값을 재기도 했다.
유 사장 맞은편에 걸터 앉은 곽순이(여·66) 씨는 “친구(유 사장)는 항상 본인 수익을 줄여 우리에게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며 “또 본인 스스로 욕심이 많아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은 늘 좋은 것을 대접하려 하고, 지금껏 엄청난 노력으로 가게를 운영해왔다”고 유 사장을 치켜세웠다.
유 사장에 따르면 실제 그는 국수집을 차리기 전 요리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탓에 살림에 서툴러 칼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이에 국수집 개업 당시 곽씨와 지금은 휴직 중인 박인순씨 등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4천 원대 칼국수는 유 사장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원시원한 그의 성격을 따라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 수도 엄청나다. 바지락, 파, 명태머리, 뒤포리 등 12가지 재료를 넣어 매일 오전부터 푹 끓여낸다. 청양고추가 들어가 뒷맛도 깔끔하다. 적당한 굵기의 쫄깃한 면발도 인상적이다.
유 사장은 “마음에 드는 면을 찾기 위해 국수 공장 4~5곳을 오가며 현장에서 직접 끓여 맛을 본 뒤 주문했다”며 “특히 육수 맛을 내기가 참 어려웠는데, 달서구청에서 진행한 요리 강습 등을 신청해 초청된 유명 강사들에게 팁을 얻어 지금의 맛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밑반찬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어묵반찬도 한 번 튀겨 볶아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고, 말린 고추와 멸치를 매콤한 소스에 버무리는 등 소박하면서 잘 조리된 맛이 국수류와 잘 어울린다.
이 밖에 웃는돈지국수가에서는 된장찌개와 고등어 구이, 밑반찬 9가지로 구성된 고등어정식(5천 원)과 최고급 참기름에 호박, 고사리, 고기, 시금치 등이 얹어진 뚝배기비빔밥(5천 원)이 인기다. 수제비, 비빔국수, 칼제비 등 기타 면류와 김치전, 감자전, 코다리찜 등 술안주 30여 가지 메뉴를 판매 중이다.
유 사장은 착한가격업소 가입 후 정기 소독, 세제, 종량제 봉투 등 달서구청의 도움을 받아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또 월배지구대, 성서우체국, 진천역 등 공무원들이 주변 음식점을 적극 이용해주는 점에 대해 감사해했다.
그는 “수십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 음식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의 일이 내 적성에 더 맞는 것 같다”며 “가게 수익으로 내가 잘 살겠다는 생각보다 마음맞는 친구들과 지금처럼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 좀 더 나이가 들면 가게 운영시간을 조정해 친구들과 여행도 다닐 생각이다”며 웃어보였다.
이아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