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영화 몰고 오는 슈퍼 히어로
부귀영화 몰고 오는 슈퍼 히어로
  • 황인옥
  • 승인 2019.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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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김민수 ‘영웅부적’展
롯데百 대구점 롯데갤러리서
민화·팝아트의 콜라보 선봬
영웅부적
김민수 작 ‘영웅부적(레드&골드라인)’.

원더우먼, 슈퍼맨, 베트맨이 화폭에 총출동했다. 성모마리아, 부처도 등장한다. 슈퍼 해결사들의 총출동이니 대단한 사건이 터진 모양인데, 작가 김민수가 “부적”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악귀를 거나 부귀영화를 몰고 오기 위한 사명을 띠고 슈퍼 영웅들이 화폭으로 총출동한 것. “사귀를 쫓고 경사를 맞이하는 벽사진경(酸邪進慶) 역할을 기대하고 그린 그림이에요. 일종의 부적이죠.”

부적이란 재앙을 막고 악귀를 쫓기 위해 붉은 글씨나 무늬가 그려진 그림이다. 그런데 부적은 은밀하게 소비되는 속성이 있다. 비과학적이라는 분위기에 밀려 은밀하게 유통되는 무속 문화의 일부다. 겉으로 무속신앙을 터부시하는 역사·사회적 배경 탓도 있지만 강렬한 색채나 알 수 없는 글씨나 형상이 풍기는 기괴한 기운도 거리감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김 작가는 부적에 덧씌워놓은 은밀하거나 기괴스러운 이미지를 친근하고 말랑말랑한 형상으로 치환해 버린다. 귀신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벽사의 기능은 살리면서도 형상에서 현대인의 정서를 추구하는 것.

“알 수 없는 붉은 글씨나 기괴한 무늬에 대중적인 슈퍼히어로를 대체하며 터부시의 정서를 걷어내고 있어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20대 중반의 청년 작가 김민수가 현대 민화를 그렸을 때 세상은 의문을 품었다. 현대민화라도 민화는 민화. 현대미술보다 급이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주위를 의식하기 보다 직진 행보를 택했다. “대학에서 구상화를 그릴 때도 저는 연꽃을 그렸어요. 동양의 정신에 대한 무의식적인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통신앙과 토속문화에 대한 관심은 윗대 여인들의 영향으로부터 왔다. 작가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한복을 즐겨입고, 자수를 가까이 하는 것을 보며 자랐고,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요소들이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현대민화를 그릴 때는 구복적인 의미보다 외적 형상에 관심을 두었어요. 꽃이나 호랑이 등 민화 속 상징물들에 매료됐죠.”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이 영웅 부적보다 먼저였다. 전통 책가도에 25살 청년의 재치를 쏟아부었다. 스타벅스 커피나 초콜렛 등 현대 기물들을 책가도에 추가하며 입체적으로 진화했다. 스펙터클한 현대책가도의 탄생이었다.

슈퍼히어로에 집중한 것은 10여년 정도 된다. 시각적인 형태에서 구복적인 염원이라는 메시지성이 강해지면서 슈퍼히어로들을 평면을 메워갔다. 부전공으로 색채 심리를 공부할 정도로 누군가의 평안한 삶에 대한 염원이 커져갔다. “영웅이나 수호동물들을 그리면서 진심으로 누군가의 평안을 빌었어요. 간절함의 농도를 짙게 하기 위해 손목이 다 나갈 정도로 평면 가득히 영웅들을 그리고 있죠.”

이른바 ‘고상한’ 미술은 아니다. 팝아트적인 요소들이 강하다. ‘감상용’보다 ‘부적’의 요소가 강해 상업적이라는 볼멘소리도 듣지만 작가는 흔들리지 않는다. 부적의 효력을 이해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은 아시아권 부호들도 즐겨 찾고 있다. 콜렉터의 선호와 무관하게 인도, 홍콩, 중국, 터키 등 토속성이 짙은 국가에서 전시를 할 때면 그 나라의 토속성을 작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지구촌 토속 문화를 아우른다는 의미가 있다.

“각 국가의 색채를 적극 사용해 친밀감을 높이기도 하죠. 전시를 통해 다양한 문화권과 소통하면서 저의 부족같은 그림도 세계화 된다고 할까요?” 김민수의 ‘영웅 부적’전은 29일까지 롯데백화점 대구점 8층 롯데갤러리에서. 053-660-116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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