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신조어 범람…한글 오염·냉대 ‘심각’
외래어·신조어 범람…한글 오염·냉대 ‘심각’
  • 석지윤
  • 승인 2019.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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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573돌 한글날’
동성로 일대 외국어 간판 ‘즐비’
세젤예·군무새·숲훈·네넴띤…
정체불명 신조어·합성어 등장
청소년들 무분별한 사용 지적도
일부 지자체, 용어 사용 주의를
외래어간판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대구 도심 곳곳에 외래어와 국적불명의 간판들이 쉽게 눈에 띄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요즘 길거리 간판들이나 인터넷 댓글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같은 한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혼란이 올 때가 많습니다.”

한글날이 573돌을 맞았지만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외래어, 줄임말 등이 남용되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대구의 대표 번화가 동성로 일대는 국적불명의 외래어 간판들로 홍수를 이뤘다. 수백여 개의 간판 대부분이 ‘STCO’, ‘Lesmore’, ‘HOLIKAHOLIKA’ 등 뜻을 알 수 없는 외래어로 쓰여 간판만 봐선 어떤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대학생 김인섭(26·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가게 간판들만 보면 이곳이 한국의 대구인지 유럽의 다른 도시인지 알 수가 없다”며 “잠깐만이라도 순 한글로 된 간판이 많이 보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0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한글 파괴도 문제로 지적됐다. 상당수 청소년들이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 군무새(군대+앵무새로 군대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 등 단순 줄임말·합성어 뿐 아니라 숲훈(가수 김장훈), 네넴띤(비빔면) 등 처음 들으면 뜻을 가늠하기 힘든 신조어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 이 중 네넴띤 등 일부 단어는 기업의 정식 상품명으로 사용되면서 한글 파괴 현상에 박차를 가했다. 청소년들은 경각심 없이 해당 신조어들을 남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대구역 인근에서 만난 고등학생 박모(17·대구 동구 효목동)군은 “(신조어들이)친구들도 많이 쓰고 인터넷에서도 많이 사용돼 문제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기존 단어들을 사용하면 말하고도 어색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한글 파괴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덕호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부 지자체도 공문에 한자와 외래어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글날을 맞아 우리 모두 한글 창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글을 더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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