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에서 장밋빛 꿈만 꾸는 평화경제
위기 앞에서 장밋빛 꿈만 꾸는 평화경제
  • 승인 2019.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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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분쟁을 야기하는 두 당사자 사이에서 서로의 간극을 풀어내는 사람을 중재자라고 한다. 따라서 중재를 하는 사람은 두 당사자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양쪽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서로 만나기를 꺼려하는 양 당사자를 대신하여 서로에게 양 당사자의 말을 단순히 전달해 주는 행위만 한다면 이는 중재가 아닌 전달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말의 전달이 아닌 상호의 입장을 대변하며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드는 사람은 거간꾼이다.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리 저리 현란한 말을 늘어놓아 흥정을 벌이고 자신이 목적으로 하는 이익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북미회담의 성공적 결과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난 6월 판문점 회담이후 급격한 협상의 판이 만들어진 이번 북미실무자의 만남은 상당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그러나 상호 원하는 조항을 가지고 만난 북미실무자들은 조건의 비교가 무섭게 서로의 목적이 다름을 알고 협상의 결렬을 알렸다. 기존에 펼쳐놓던 그림 말고 새로운 그림이 없다면 아예 협상에 응할 의지조차 없음을 알릴만큼 당당했다.

북미 실무진이 협상을 벌이기전 북한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았다. 이 무기의 위력은 바다 속에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어렵고 현존하는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난공불락의 무기로 우리나라의 방위체제가 무의미해진다는 말이다. 북한이 절대적 무기의 존재를 알린 이유는 무엇일까.

SLBM은 잠수함으로 이동할 수 있고 비행거리도 길어 미국 본토의 공격도 가능하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위력을 과시하며 미국에게 원하는 협상의 조건을 얻어내려는 압력을 거듭하고 있다. 처음 동해로 미사일을 쏘며 미국에 선전포고를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북한과 한판을 벌일 것처럼 뜨거웠다. 그런데 북한이 SLBM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히 있었다. 며칠 후 열리는 실무진의 협상에 기대를 걸었던 모양이다. 아니 더 큰 이유는 탄핵을 거론하는 의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심사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당상 불거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결백함을 알리고자 신경이 곤두섰다.

북한의 SLBM 발사이후 미국 공군의 특별한 정찰기 2대가 일본에 배치됐다. 공중에서 지상의 적을 탐지할 수 있는 특별한 정찰기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반영한 조치다. 미국과 일본은 같이 또 서로 다른 라인으로 북한에 접촉하고 있다. 미국은 SLBM의 발사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협에도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역시 조용하다. 평소 트위터를 이용하여 생각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답지 않게 북한의 이야기는 쏙 빠진 채 자신의 정당함과 탄핵정국을 비난하는 내용만 있었다.

북미 실무진들은 이제 새로운 협상을 열고자 한다면 기존과는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야 할 만큼 입장의 차이를 확인했다. 북한의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로 만들어야 하는 묘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장 자신을 흔드는 미국내 탄핵세력을 잠재워야 하니 일단은 이 모든 과제에서 벗어나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오로지 북한의 비핵화 실현으로 평화를 꿈꾸고 평화경제와 한반도 공동체를 전제로 지속적 번영과 발전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북미가 만나는데 중재자로 적극 나섰고 우리 땅에서 양자가 만나는데도 앞에 나서지도 못한 채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만 봤다. 이대로 북미회담이 결렬되고 긴장이 강화되어 상황이 악화된다면 그 다음에 무엇이 벌어지겠는가. 김정은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듯 중국과 빈번한 왕래와 교류를 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군사력 강화는 물론 미국의 혀가 되어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우리나라를 둘러싼 나라들을 이끌어가며 유기적 외교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벌어지는 한일관계에도 무덤덤하고 줄어드는 한미연합훈련은 물론 늘어가는 방위비 부담 압박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급기야 모든 방어시스템에서 나라의 안전을 지켜낼 방법조차 없는 완전 무장해제 상태에 이르렀다. 폭탄이 날아와도 트럼프대통령의 주위를 다른 곳으로 끌어낸다면 우리나라의 방위는 뒷전이 되는 것이다. 중재의 능력 발휘 보다 나라의 안전을 먼저 챙기고 나라의 경제를 먼저 챙겨야 한다. 언제든 구멍 날 방위체계임이 알려지는 순간 어떠한 변고가 날아들지 모를 일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지켜내야 할 자주국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힘의 균형이 전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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