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아웃] Netflix ‘하다’
[백정우의 줌인아웃] Netflix ‘하다’
  • 백정우
  • 승인 2019.10.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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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파는 팝콘 맛이 좋아진 것 말고 지난 50년간 영화 산업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말이다.

DVD 우편배달로 사업을 연 넷플릭스는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신기술을 만나면서 월 정액제를 도입했다. 플랫폼 확장에 따라 가입자의 시청 패턴과 시청 장소도 획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한 주에 1편씩 편성해 온 미국 방송사의 시리즈 편성원칙을 파괴하고 완결된 시리즈를 동시 배포한다. 스트리밍 분석을 통한 콘텐츠 소비 행동을 면밀히 분석한 뒤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한 번에 몰아 본다는 특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콘텐츠 이용 맥락이 실시간에 기초한 선택과 소비였다면 N스크린 환경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콘텐츠 일정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분석 자료를 근거로 소비자의 콘텐츠 시청 환경을 지속하여 혁신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회사가 아니다. 기술 회사도 아니다. 기술 위에 쌓아 올린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전체 직원 3,200명 중 1,000명이 고급 엔지니어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통틀어 콘텐츠와 기술,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회사는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그러나 모든 ICT자원을 조직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해결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의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한 N스크린 혁신, 빅데이터 혁신, 롱테일 혁신이다. 이런 순환 구조가 넷플릭스 혁신 전략의 지향점이고 뼈대다.

데이터가 경쟁력인 것은 말하면 입 아프다. 이제 콘텐츠 경쟁력은 스토리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에서 나온다. 기술 위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쌓아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넷플릭스 또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만들고, 이용자 취향을 분석하는 IT 사업과, 흥행할 콘텐츠를 찾아 투자하는 제작사업 두 가지를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 ‘옥자’를 투자 제작한 넷플릭스가 국내 멀티플렉스와 영화 상영방식을 두고 벌인 분쟁을 들여다보면 국내 콘텐츠 업계의 현주소가 보인다. ‘옥자’는 독립 극장을 비롯한 소규모 영화관에서만 관람할 수 있었다. 멀티플렉스와 주류 영화계가 인터넷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영화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영화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극장배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영화 배급을 장악하고 동시 상영으로 이익을 취하는 대형 극장에게 ‘감히’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상영하자는 제안은 하극상에 가깝다. 반면, 넷플릭스 원칙은 간단하다. 무엇이 이용자에게 더 이로울 것인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최후의 승자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는 넷플릭스와 달리 콘텐츠를 제공받아 전달하는 유통 역할만을 담당해왔다. 콘텐츠 기획, 제작, 투자에 대한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업이 필요하다. 실시간 방송이든 VOD 서비스든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협업을 통한 데이터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VOD에 관한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VOD서비스의 고도화에 적용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그 시작이 ‘빅데이터 순환 모델’의 구축이다. 전통적 성공모델에 의존하던 직감의 시대는 끝났다.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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