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사필귀정
  • 승인 2019.10.15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청 부국장
민심. 두렵고 두렵다. 민심 앞에 무너졌다. 많은 이들이 ‘이것은 아니다’고 해도 ‘그게 맞다’고 끝까지 밀고나가던 고집과 우격다짐이 민심 앞에 끝내 무너져 내렸다. 조국과 문 대통령이다. 조국의 사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아무리 검찰개혁의 돌파구라느니 뭐라느니 미사여구를 들이대도 결국 민심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 됐다. 겸허히 받아들인 게 아니다. 막다른 곳에까지 몰려 국민의 무거운 지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게다. 대통령이 이것은 여론이 아니라 직접민주주의의 표현이라고 했든 뭐라고 했든 결국 민심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해 댄 온갖 갑질과 편법은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 지나면서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한사코 버티던 장관직을 조국, 그가 마침내 내려놓았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혐오감을 느꼈다. 코미디 같은 장면이 근 한 달 넘게 이어졌다.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검찰을 개혁한답시고 좌충우돌 하는 모습에서 많은 국민들은 가소로움까지 느꼈다. 과거 자신이 남에게 지적해 대던 온갖 가식과 협잡을 고스란히 자신이 슬며시 해 온 사실을 하나하나 들춰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시시각각 큰 분노를 느꼈다.

‘이대로 계속 고집을 피워나가다간 큰 사단이 나겠다’고 여긴 밑바닥엔 날카로운 민심이 엄청난 작용을 했을 것이다.

현 정권에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인 리얼미터라는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현 정부 들어 가장 좁혀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 되면서 여론이 급전직하로 정부와 여당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0.9%포인트 였는데, 특히 일간집계로 보면 지난주말 직전 민주당이 33.0%, 한국당이 34.7%로 나타나 문재인 집권 후 처음으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선 결과가 나왔다. 정부여당으로서는 혼비백산 할 일이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만 여론으로 들었던 정부와 여당으로선 자가당착에 빠졌던 스스로의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바로미터가 아마 됐을게다.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해 올해 3월 2주차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반대로 한국당은 지난 5월 2주차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민심 앞에 더 이상 버티기는 곤란해진다.

더 나쁜 것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다.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긍정 평가는 지난주에 이어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최근 2주 새 취임 후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30대와 50대, 40대, 충청권과 서울, 대구·경북(TK), 경기·인천 등 대부분의 연령층과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도의 긍정 평가가 하락했다. 초유의 민심 이반을 목도하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국정의 우선을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것에 둬야한다. 그런데도 민심엔 아랑곳없이 ‘마이웨이’식의 정책만 거듭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정이 이런대도 대통령은 ‘언론의 신뢰’를 또다시 언급하고 있다.

말끝마다 한반도 평화를 부르짖던 끝에 현재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 무장과 거의 매 주 들려오는 북한의 노골적인 욕설뿐이다. 미국과는 사이가 더 벌어지고 있고 일본과는 줄곧 티격태격만 하고 있다. 그 찬란한 자화자찬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에서 기업과 가계는 시시각각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가 연신 더 깊은 하향곡선을 갈아치우며 일제히 내리막을 가리키는데 정부만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는 마당이다. 국민들 눈높이에선 원자력도 부동산도, 교육정책도 노동정책도 국방도 무엇 하나 삐걱대지 않는 것이 없다. 나라가 뒤죽박죽이다. 이 모든 뒤숭숭함의 절정으로 치달았던 조국 사태. 여기서도 민심은 내팽개쳐졌다.

민심을 내팽개친 결말은 더욱 가혹할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정치가는 쉴 새 없이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만 나라가 산다. 그래서 민심이 천심인 것이다.

범위를 좁혀 대구만 봐도 그러하다. 공항문제나 신청사 이전 같은 굵직한 현안들이 대구의 미래를 위해 변혁의 모습으로 달려가고 있다. 여기서 최우선은 시민들의 의향이다. 시민들의 뜻을 무시한 채 대구의 굵직한 사업들이 모종의 주도에 의해 움직여진다면 이 역시 결말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큰 시책에 시민들의 뜻이 오롯이 반영 되었을 때, 비로소 시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시민들의 의견을, 국민들의 민심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크게 열고, 되새기고 되새기는 그런 정책을, 정치를, 시정을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