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정다운 우리가곡
[문화칼럼] 정다운 우리가곡
  • 승인 2019.10.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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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가을에는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던 사람도 집 책꽂이를 바라보며 뭘 읽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너무 여유 없이 지내 온 게 아닌가 하며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한다. 특히 평소 무심히 듣던 우리 가곡도 이 계절에는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대변해 주는 한국가곡.

한국가곡은 한국 서양음악사의 문을 연 ‘창가’로부터 시작된다. 을사조약이 있던 어두운 시대에 김인식에 의해 탄생한 창가. 이는 한국전통음악의 음계에 가까운 형식의 노래로서 우리 손으로 작곡한 노래, 기존의 전통음악 즉 국악과 다른 음악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우리 가곡은 창가와 더불어 기독교 찬송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음악적 영향뿐만 아니라 우리 음악의 시대를 연 인물들 다수가 음악교육을 중시하는 기독교계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대구출신의 두 인물 박태준, 현제명의 공통점. 기독교계 학교인 계성학교와 숭실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특히 숭실학교를 통하여 많은 음악가가 배출되었다는 점은 특기 할만하다. 많은 자료에 최초의 한국가곡은 홍난파의 ‘봉선화’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글재주가 있었던 난파가 1920년에 쓴 ‘처녀혼’이라는 단편집 서두에 수록한 바이올린 곡‘애수’의 선율에 후일(1925년) 김형준이 가사를 붙여 만든 곡이 봉선화다. 박태준은 이에 앞서 1922년에 이은상 시의 동무생각을 작곡하여 한국예술가곡의 시대를 열었다.

항상 단정하고 겸손하며 정다운 사람.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일이 없었다는 박태준. 150여곡이 넘는 동요와 가곡을 작곡하여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을 받고 한국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박태준. 그 자신이 뛰어난 테너이자 오페라 춘향전, 왕자 호동과 고향생각, 산들바람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든 현제명. 그의 노래는 오페라무대와 가곡연주에서 지금도 가장 많이 선택되고 있다. 이 분들로 인해 풍성해진 우리가곡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우리의 영혼을 살찌웠다.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통을 아름다운 우리가곡을 통하여 위로받고 새 힘을 얻은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가곡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금에는 한국가곡 음악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구만이 아니다. 한 때 MBC 대학가곡제는 스타 등용문인 인기 프로그램 이었다. 지역의 공중파 3사의 가을맞이 한국가곡의 밤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성악가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하는 무대였으며 많은 화제 거리가 있는 음악회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행사가 없어졌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어디나 의인이 있듯, 뜻있는 몇 몇 분들이 가곡 중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의 공조·기계 설비업체 세일 ENS에서 2008년 세일음악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이듬해부터 세일 한국가곡콩쿠르, 한국가곡의 밤을 매년 열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하여 많은 창작곡과 더불어 스타를 탄생시키고 있다. 대구컨트리클럽에서는 최근 제16회 가곡과 함께하는 ‘가을의 향연’을 열었다. 매년 1700여명의 관객을 초대하여 식사 대접과 함께, 정상급 성악가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고 있다. 참석한 관객들의 행복한 후일담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 행사가 있기까지는 박범철 가곡 아카데미가 있기에 가능 했다. 대구가 다른 도시와 차별화 되는 점 가운데 하나가 가곡교실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곡교실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설에 의하면 약 2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이런 초석을 뿌리 내린 사람이 성악가 테너 박범철이다. 이 아카데미를 통하여 작곡가들의 신작 가곡을 소개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꿈꾸어 왔을 성악가의 꿈을 소박하게나마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 많이 공연장을 찾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음악과 함께, 한국가곡과 동행하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성아트피아는 올해 3년 째 가을 음악회로 ‘한국가곡의 밤(10월 25일)’을 열고 있다. 한국가곡 무대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움에, 가곡을 사랑하는 많은 관객과 만나고자 매년 정성을 다하여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의 정상급 성악가가 출연하는 이 음악회와 함께 아름다운 서정 가득한 가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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