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기 싫은 남자
밥하기 싫은 남자
  • 승인 2019.10.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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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 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1인 가구 500만 시대에 사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혼밥, 혼술, 혼영, 혼명, 혼행에 빠져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명절을 보내고, 혼자 여행을 간다. 결혼에 관심이 없고 혼자의 삶에 익숙한 그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간접 소통에 익숙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미디어 속에서 자신의 속을 털어놓으며 위로받기도 한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위력은 실로 놀랍다. SNS에서 만난 사람들과 취미·동아리 활동도하고, 감정을 소통하며 혼족의 외로움을 극복한다.

그들은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며 나 홀로 문화 트렌드에 익숙한다. 그래서 1인 가구를 향한 1인 푸드 체인점들이 개발 되어 성업 중이다. 일본에서는 혼밥족을 위하여 1인용 고깃집 식당에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1인용 미니 화로가 유행이다. 창가를 바라보며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장소가 제공이 되거나, 아예 칸막이를 쳐서 편하게 먹도록 배려해주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독신자나 혼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 된 풍경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식당가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새로운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시대 중장년들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나 홀로 문화 트랜드에 낯설어 한다. 그들도 말로는 혼자 사는 게 편하고, 자유롭고 , 누구에게도 구속 당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아날로그의 감성이 짙게 베인 그들에게는 혼술과 혼밥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누구랑 술 마시며 누구랑 밥을 먹고 누구랑 여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십이 넘은 중년의 H 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갑자기 몇 달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안정된 직장과 어느 정도의 경제력에 인품을 갖춘 그였지만, 혼기를 놓친 후 결혼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 양육문제, 자유로운 삶에서 구속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 등의 이유로 결혼은 점점 멀어졌다. 엄마가 해주신 집밥에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주말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재래시장도 가고 바다 구경도 했다. 시골장의 할머니들이 모자를 보고 효자 자식을 두었다고 부러워했다. 연세 드신 어머니가 그에게는 인생의 동반자였다. 예기치 않았던 어머니와의 준비되지 않은 이별에 그는 당황했다. “남자가 나이 들어 홀아비 생활하면 궁상 맞다. 병원에 가도 보호자가 있어야 되고, 늙고 병들면 악처가 효자 자식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적당한 짝을 찾아 내 살아생전에 결혼을 해서 네가 재미나게 사는 거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다.” 평소에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뇌리를 스쳤다. 줄곧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해주신 엄마표 밥을 먹던 그에게는 당장 밥 해먹는 것이 외로움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직접 요리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편의점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잔뜩 사다 날랐다. 햇반, 라면, 김, 김치 등에다 소시지에 햄까지 첨가했다. 그는 점차 입맛을 잃었고, 세상이 귀찮아졌다. 밥하기 싫어서 결혼해야 겠다고 말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없는 빈집이 싫었다. 한 달 정도 휴가를 내서 혼행을 하면서 미래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 후 마음 정리후 결혼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혼밥이 싫은 중년의 그에게 장밋빛 인생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같이 밥 먹고, 여행하고 소통도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리라. 혼자 밥 해먹기 싫은 혼족, 싱글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다. 짚신도 짝이 있다 하니 결혼에 대한 환상과 기대치를 조금만 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향기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 다가오리라

혼족 문화는 행복에 대한 가치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욜로족·딩크족 등 혼자여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반면, 저출산과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은 긴 여행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홀로 걷는 인생도 개인의 선택이지만, 마음 맞추고 발을 맞춰 나란히 걷는 반려자와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며 사는 여유로운 삶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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