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제비원 전설 - 쌓은 만큼 돌아온다
안동 제비원 전설 - 쌓은 만큼 돌아온다
  • 승인 2019.10.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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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흥부전’에서 보듯이 제비는 전통적으로 우리와 친근한 익조(益鳥)입니다. 옛 어른들은 제비가 지지배배 지지배배 봄소식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여름내 곡식을 해치는 벌레를 잡아 농사를 도와주었으므로 함부로 해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처마 아래에 집을 짓기 위해 찾아오면 농사가 잘된다고 여겨 집집마다 환영하였습니다.

또한 제비는 깨끗하여 집을 지을 때에만 진흙을 물어오고 그 이후에는 절대로 땅바닥에 내려앉지 않는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양도 날렵하여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비가 낮게 날면 곧 비가 왔으므로 기상(氣象)을 짐작할 수 있게도 해 주었으므로 더욱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제비가 요즘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농약을 많이 쳐서 제비의 먹이가 되는 날벌레들이 많이 사라진데다 매연이 심하여 공기가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짝을 짓고 새끼를 잘 키워서 가을이면 가족이 함께 날아갑니다. 이러한 제비를 잘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새들이나 사람들의 생존 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을 말합니다.

경상북도 안동에 가면 ‘제비 연(燕), 꼬리 미(尾)’를 쓰는 ‘연미사(燕尾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이 절에 서린 전설에도 제비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그 옛날 이곳에 나그네를 재워주는 원(院)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원에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홀로된 연(燕)이라는 아가씨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연이는 마음이 고와서 찾아온 사람이 쌀을 적게 내어놓으면 자기 쌀을 더 보태어서라도 넉넉하게 밥을 지어 내어놓곤 하였습니다. 이 무렵 이웃마을에 한 못된 총각이 있었는데 나쁜 짓을 일삼아 재물은 많이 모았지만 목에 음식이 걸려 숨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어허, 이 녀석은 아직 올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 급히 왔는고?”

염라대왕이 총각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하였습니다.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그래, 어디 내 곳간 좀 보자. 많이 쌓여 있으면 살려주고 없으면 죽는 수밖에 없다.”

하늘나라에 있는 총각의 곳간을 열어보니 짚단 두 단밖에 없었습니다.

“안 되겠다. 너는 남에게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다. 이승에 있을 때 착한 일을 많이 해야 이곳 곳간도 가득 차는 법이니라.”

그 때 옆 곳간에서는 또 무엇이 쌓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보아라. 연이의 곳간에는 지금도 곡식이 쌓이고 있다. 방금 연이가 또 누구에겐가 도움을 주었다는 증거이지.”

염라대왕은 연이의 곳간을 열어보여 주었습니다. 곡식 가마니가 가득하였습니다.

“연이라면 우리 옆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연이의 곳간에서 곡식을 좀 빌려주시면 제가 나가서 그 열 배를 갚겠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으음, 열 배라!”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착한 사람이 되어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그래? 좋다. 연이의 곳간에서 열 가마니를 너의 곳간으로 옮겨주겠다. 그리고 내보내어 줄 테니 착한 일을 많이 하거라.”

“네네!”

총각은 그 길로 다시 살아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수레에 곡식 가마니를 가득 싣고 연이를 찾아갔습니다.

“자, 이걸 받으시오. 저승에서 그대의 곳간에서 내가 빌린 곡식이오. 아직도 아홉 수레는 더 싣고 와야 하오.”

“아니, 내가 왜 남의 곡식을 이유 없이 받는 단 말이오.”

연이는 사양하였습니다. 그러나 총각이 자세하게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습니다.

“정 그러하시다면 이 곡식으로 여기에 절을 지어주시오.”

그 뒤, 세월이 흘러 연이도 숨을 거두게 되자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절 뒤에 있는 큰 바위를 쪼아 연이의 얼굴을 새겼습니다. 이곳에 날아온 제비는 연이의 혼(魂)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곳을 제비원이라고 부르며 그 아름다운 마음씨를 기리고 있습니다. 베푼 만큼 돌아오는 것이 만고불변의 섭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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