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강지영 “중견 연주자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베토벤”
피아니스트 강지영 “중견 연주자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베토벤”
  • 황인옥
  • 승인 2019.10.17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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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서
8차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장르 초기작 ‘29번 함머클라비어’
초기 소나타 절정 ‘8번 비창’ 선봬
내년 서거 250년…9·12번 준비
지역서 보기 힘든 공연 큰 기대감
강지영프로필사진-다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진행 주인 피아니스트 강지영.




지난 5월, 오스트리아의 거장이자 권위있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했던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피아니스트 강지영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소식이 들려와 호기심이 일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도전하는 것은 자유지만 누구에게나 완주의 기쁨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어서 젊은 연주자 강지영의 도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녀 또한 “매번 공연을 할 때 마다 부담감이 크다”며 쉽지 않은 도전임을 숨기지 않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니스트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이라 실력을 숨길 수 없어 더 힘든 작품이에요.”

이스라엘 출신의 명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의 “베토벤은 시간이 필요한 작곡가”라고 한 평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연주자에게 까다롭고 힘에 부치는 대장정이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감히 도전장을 내밀 용기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작품이다. 19세기 유명 지휘자인 ‘한스 폰 뷜로’가 처음 완주한 이래 ‘아르투르 슈나벨’, ‘빌헬름 켐프’, ‘알프레드 브렌델’, ‘안드라스 시프’, ‘루돌프 부흐빈더’, 백건우 등의 거장들이 완주의 신화를 이어왔다. 강지영도 “베토벤의 작품은 겉은 울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속으로 통곡하는 곡이다.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부담이 큰 작품들”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음악적 완성도 없인 도전 어렵지만
연주자에 큰 업적 남길 수 있는 기회
그의 ‘음악적 고향’ 빈서 8년 유학
‘유서의 집’ 다니며 음악 세계 몰두
매년 빈 찾아 유럽 특유 감각 유지
“베토벤 전문가 되고 싶어”


강지영이 그 어렵다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따로 있다. 베토벤의 음악적 역사가 서려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8년간 유학 생활을 한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 빈은 베토벤 인생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음악의 고향으로, 베토벤이 1787년 여행으로 간 빈에서 모차르트를 만나게 되고 이후 정착해 음악생활을 한 곳이다. 1796년과 1800년 사이 점점 청각을 잃는 시련의 시기에도 베토벤은 빈에서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강지영은 베토벤의 흔적이 녹아있는 빈에서 일상적으로 그를 만났다. 베토벤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유서의 집’과 ‘파스콸라티 하우스’ 등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조우했고, 대학에서는 그의 음악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또한 베토벤 살아생전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그 시대의 책을 찾아보며 시간의 간극을 메우는데도 열정을 기울였다. 강지영이 “베토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빈에서 베토벤의 곡을 항상 들었다. 그러면서 베토벤이 좋은 연주자인 것을 잘 알게 됐다”고 했다. “빈에서 제대로 공부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베토벤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이 베토벤에 더 매달렸던 것 같아요.”

강지영의 재능은 일찍부터 눈에 띄었다. 그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한국일보 피아노콩쿨 1위, 중앙일보콩쿨 2위, 대구시 교육감주최 콩쿨 2위 등의 성적을 올리며 이미 국내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빈 국립음대 재학 중에도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했다. 요세프 디히러국제콩쿨 1위, 비엔나 국제콩쿨 2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비엔나 국제 음악 세미나에 초청되어 오프닝 연주를 열면서 세계 각국 저명인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비엔나 국제 세미나의 반주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녀는 그 후로도 왕성한 연주력을 펼쳐 나갔으며 브람스 음악협회 초청연주를 비롯해 빈 기획사 초청 독주회,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회, 뵈젠도르퍼 주최 신인음악회 등 유럽 여러 도시를 다니며 연주회를 가졌다. 국내 연주도 활발히 했다. 2006년 귀국 후 서울영산아트홀과 대구콘서트하우스 재개관 초청독주회 등 지금까지 17회의 독주회를 가졌고,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무대도 열었다.

왕성한 활동으로 국내·외 무대를 섭렵했지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거듭된 장고가 필요했다. 워낙에 힘에 부치는 도전이기 때문. 하지만 중견 피아니스트로 넘어가는 시점에 한 번 정도는 넘고 가야 할 산임이 분명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결정적인 계기도 있었다. 유학 시절 관람했던 건반 위의 완벽주의자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였다. 짐머만의 연주에 초로의 관객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저런 연주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계획을 세웠고, 그녀가 중견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감행하게 됐다.

강지영이 “중견 피아니스트로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더 이상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한 피아니스트에게 큰 업적이 됩니다. 피아니스트로 계속 살아가는데 더 큰 의미가 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죠.(웃음)”

강지영은 1년에 한 두 차례 빈으로 음악 여행을 떠난다. 빈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들을 챙겨보고, 음악 혼이 깃든 장소들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유럽 음악 특유의 감각을 유지하려 애쓴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 연주를 시작하면서 방문 횟수는 더욱 늘었다. 베토벤의 무덤을 찾아 그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표하기도 하고, 그의 역사가 전시된 장소들을 찾고는 한다. 그녀가 “베토벤의 곡은 치면 칠수록 그가 최고의 작곡가라고 단정 짓게 된다. 곡속에 그의 삶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곡은 힘들지만 연주할수록 베토벤이라는 한 인간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 그녀가 베토벤의 곡에서 비바람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은 숭고함을 느낀다고 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과 창작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음악의 깊이가 확실히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강지영의 베토벤 소타나 전곡 연주는 9차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시작한 2012년 첫 시리즈 무대를 시작으로 이번 공연이 8차에 해당된다. 완결편인 9차 공연은 베토벤 서거 250주년이 되는 내년에 열린다.

이번 8차 공연인 ‘강지영 베토벤 소타나 전곡 시리즈 Ⅷ’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etique’)과 29번 ‘함머클라비어’(Piano Sonata No. 29 in B flat Major Op. 106 ‘Hammerklavier’)를 연주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하이트진로의 협찬을 받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무대를 꾸리게 됐다. “평소 문화예술 발전에 관심이 많았던 하이트진로에서 후원을 해 줘서  1,200석 규모의 그랜드홀에서 연주를 하게 됐어요.”

이번에 연주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은 1798년에 작곡해서 카를 폰 리히노프스키에게 헌정한 곡으로 ‘월광’, ‘열정’과 더불어 베토벤 3대 피아노 소나타에 속하는 유명한 곡이다. 특히 그가 남긴 32개의 소나타 가운데 초기 소나타의 절정으로 평가되는 수작으로 그의 나이 28세에 완성됐다. 1악장은 베토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느린 템포의 2악장은 짙은 서정성과 낭만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3악장은 론도 소나타 형식으로 중간 부분에 대위적인 구성도 등장한다.

또 다른 연주곡인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는 베토벤 소나타 뿐만 아니라 이 장르의 곡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도 쉽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거대하고, 기교적이며, 지적이고, 해설적인 곡이다. 심각해져 가는 재정 상황, 동생의 죽음 후 조카의 후견인이 되기 위한 투쟁, 귀머거리나 다름없는 청력 등 당시 베토벤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곡이 표현하는 폭발적인 감정의 폭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29번은 완주를 포기하게 할 만큼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중에서 가장 힘든 곡이에요. 그렇지만 제대로 해서 저의 특별한 드라마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완주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대구에서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공연이다.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만큼 동료 선후배 피아니스트들조차 고대하고 기다리는 공연이다. 그만큼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강지영은 부담감은 크지만 행복감도 그에 비례해 대단히 높다고 했다. “전곡 연주회를 할 수 있는 내 처지에 감사하게 된다”는 것. 특히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괴팍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의 내면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곡을 연주하면서 더욱 더 알게 된다“며 더욱 많은 공부를 통해 베토벤 관련 책도 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베토벤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것. 그녀의 베토벤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공연은 11월 2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전석2만원. 예매는 티켓링크 www.ticketlink.co.kr, 문의 070-4036-3452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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