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과 회화의 팽팽한 긴장과 균형미
직물과 회화의 팽팽한 긴장과 균형미
  • 황인옥
  • 승인 2019.10.21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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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갤러리 차승언展
베틀로 짠 천을 캔버스 삼아
무늬·염색 등 회화요소 결합
‘예술성·기술성’ 동시 구현
현대미술 역사 짚고 재확장
차승언작-1
차승언 작.






 
차승언 작가
작가 차승언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면 작가 차승언의 작업방식도 일조한 셈이다. 옷감 짜는 실(絲)로 그림을 직조하기 때문. 실(絲)로 캔버스 천을 직접 짜고, 다양한 형상들도 직조한다. 직조와 회화가 결합한 이른바 직조회화다. 현대미술의 확장성이 워낙 가팔라 직조회화에 새삼스러운 감탄사를 보낼 바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쉬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 단정 짓기도 애매한 이 독특한 방식은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과 시카고예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의 이중적인 이력의 소산이다. 그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웠던 섬유미술과 회화를 양손의 검처럼 한 평면에 동시에 구사한다.

“휴학 후 귀국하니 30대 중반이었어요. 이제 본격적인 내 작업을 전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를 고심하다 섬유와 회화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섬유디자인은 예술과 기술 중 기술적인 부분이 좀 더 강한 분야다. 반면 회화는 예술성에 집중한다. 사각 프레임과 천, 평면을 채우는 조형요소, 깊은 통찰과 작가정신 등 회화 구성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바람 빠진 풍선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차 작가는 자신의 히스토리인 섬유디자인과 회화를 수평적으로 결합한다. 예술적인 깊이를 추구하는 회화에 섬유의 기술적인 부분을 차용해 작품성은 물론이고 현대미술의 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어떤 개념이나 맥락 속에 갇혔다면 그것을 풀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회화와 섬유를 하나의 맥락 속으로 끌어왔어요.”

‘내 작업’을 위한 첫 걸음에서 작업방식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자, 이번에는 ‘현대미술이 무엇인지’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작가는 현대미술에 대한 공부가 선행된 이후에야 자신의 현대미술을 제시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판단했다.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라는 측면에서 자신을 돌아볼 때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한 독학이 시작됐다. 일단은 60~70년대 추상미술 작가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시 작가는 “역사적 맥락 없이 국내에 투하된 서구양식의 혼돈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것을 해소할 방법론으로 서구현대미술 작가들을 되짚는 것을 선택했다. 직조라는 공예적 프로세스를 통해 현대미술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현대미술의 확장을 모색하려는 것. 작업은 작가와 관계있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대 작가의 표상이나 작업 태도를 차용한 후 직조회화라는 방식으로 자기화한다. 역사의 차용이라는 점에서 수동, 차용에 창조를 더한다는 측면에서 능동이 교차한다.

“현대미술의 변천사를 이끌어온 작가들을 되짚으며 그 범주 속에서 작가 차승언의 재창조를 가해보자 했어요. 새로운 현대미술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찾아내려는 시도였죠.”

직조는 역사적 맥락을 거친 후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작가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교란된 과거의 시간과 경험을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풀어내며 동시대 시각 예술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그녀가 “직조는 비약이 불가능한, 시간 순서가 정해져 있는 작업 방법”이라며 “시간과 과정을 겪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의 작업 주제를 구현할 방법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기술적인 직조법은 대학에서 배운 기억을 되살리며 해결했다. 문제는 “어떤 그림을 직조할 것인가”였다. 작가는 ‘창조하는 미술’보다 ‘발견하는 미술’ 쪽을 선택했다. 선대 작가들의 추상회화 도상을 참조해 실에 염색을 하거나 색실을 계산해 넣어 무늬를 만들면서 자신만의 방식인 캔버스를 짜고 그 위에 페인팅을 한다. “시간을 건너 뛸 수 없는 베틀질이라는 수공예적 노동을 통해 이미지를 육화시키고, 과거에 너무 빨리 정의 내려진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지금 유의미한 추상회화는 무엇인지 탐구해 나갔어요.”

현재 작가의 평면에서 직조와 회화의 관계는 ‘평등’하다. 작가가 “줄타기를 잘 해야 작품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된다”며 균형을 유지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 긴장감이 때로는 보는 이에 따라 때로는 회화로, 어떤 때는 섬유디자인으로 보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는 회화도 섬유디자인도 아닌 중간지점을 찾고 있어요. 둘 모두 자유로웠으면 하니까요.” 전시는 11월 30일까지 021갤러리(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204호)에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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