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백제도와 경주
화백제도와 경주
  • 안영준
  • 승인 2019.10.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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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안영준
사회2부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하는 큰 일을 둔 경주시민으로서 조바심이 난다.

경주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난 다음에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경주의 뜨거운 감자로 나라도 시끄럽고 경주도 시끄러운 현실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멀쩡한 발전설비를 두고도 전기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단계의 의사결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방법부터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민족은 고대부터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합의로 결정하기 위한 기구를 운영했다.

고구려의 제가평의, 백제의 정사암이 있다면 경주 신라에는 화백제도가 있었다.

화백제도는 귀족들의 폐쇄적인 연합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신라 화랑제도와 함께 신라의 소통정치를 말해주고 계급융화를 이루어낸 특징적인 정치기구이다.

귀족들의 의사결정기구로서 왕권을 견제해 절대권력의 부패를 막으며 합의로 중요한 국가정책을 결정해 왔다.

끊임없는 소통과 관용으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완벽한 민주정체(民主政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5명 친구만 모여도 저녁식사 메뉴 조차 고르기도 힘든데 20만 경주시민의 통일된 의사를 어떻게 집약할 것인가?

모두의 의견을 한번씩 들어보기만 해도 올해가 훌쩍 지나가 버릴 것이다.

시간이 없고 특별한 방법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볼때 8세기의 화백제도를 21세기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지역별, 계층별 대표주자들을 선발해 시민들의 뜻을 모은 결정체를 도출해 내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

시간이 촉박해 합의와 소통을 위한 기구구성만 하느라고 허송세월할 때가 아니다. 더 미룰 수도 없는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까지 한수원과 지역주민 및 지자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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