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아이들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아이들
  • 승인 2019.10.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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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지만 세대를 넘어 전국민에게 무력감과 패배주의를 안겨준 것은 바로 자식의 교육과 관련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학비리는 늘 있던 것이고 권력자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어찌보면 너무 흔해 우리 국민들은 면역이 되어 있을 정도로 무감각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열혈교육국가, 대입이 곧 인생이다 싶은 대한민국에서 그가 그의 자녀들에게 만들어준 울타리와 견고한 성들은 당장 고교에서 힘겹게 대입을 준비하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평범한 부모들, 그리고 바늘구멍보다 더 비좁은 한국 최고의 대학교에 자력으로 입학한 20대 청년들을 단숨에 분노하게 했다. 오죽하면 조국 전장관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도 그 응축된 화가 그대로 표출되었을까. 물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더 큰 비리가 자행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권력자의 자녀들은 그보다 더한 것도 뚝딱뚝딱 만들어서 가지고 있을수도 있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렴해야하는 자리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피했을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 자녀 대입 전수조사가 용두사미가 된 것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

필자도 학부형이다.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대입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시와 수시로 나눠진다. 정시는 쉽게 말해 필자를 포함한 우리 기성세대들이 대학에 입학한 방법으로 수학능력시험 혹은 본고사와 같은 시험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고 수시는 그 전형조차 다양한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학종'이다. 입시에서 조금 멀어진 독자들이라면 '정시도 있고 학종도 수시의 한 방법이라면 정시로 가면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학들도 수시전형이 생긴 이래로 학종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고 이 수시전형을 위해 입학사정관을 배치하는 등 자연스럽게 학종은 대학에 가는 가장 보편화 된 방법이 되었다.

학종도 취지는 좋았다. 학생부라는 것이 고교 교사들이 작성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무너진 교권이 조금은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무엇보다 사교육에 찌든 학생들이 다시금 공교육으로 돌아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종은 교육생태계 교란으로 돌아왔고 부자 부모 혹은 전문직 부모의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자녀에게 세습되었다. 마치 조선시대에 양반가문 세습처럼 흙수저는 평생 흙수저로, 한번 금수저는 영원한 금수저가 되었다. 대치동의 수백만원짜리 입시 컨설팅에 더해 교수 부모를 둔 고교생이 컴퓨터나 의학 논문의 공동저자가 되고 현직 판사의 자녀가 법무부 주관 고교 모의재판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동안 평범한 부모를 둔 고교생들은 낮에는 학교 수업 쫓아가랴, 밤에는 학원 가랴, 독후감 쓰랴 주말에는 지하철 역에서 어르신들 안내하며 봉사점수를 만들며 치열하게 보낸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는 참 초라하고 그저 묵묵히 살아온 부모에 대한 원망과 사회에 대한 부조리에 일찍이 눈을 뜨게 된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3년(6학기) 중 1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지정, 매일 오전에는 정규교과 수업(중간/기말고사x)을 하고, 오후 시간에는 동아리나 진로체험활동, 예/체능 활동 등을 학교에서 채택한 모형에 따라 하게 되는데 보통의 중학생들은 축구, 농구와 같은 운동이나 방송댄스 등 참 제한적인 선택인데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는 학생들은 이 자유학기제를 활용하여 미국이나 중국의 사립학교 스쿨링이나 세계일주 등 평범한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낸다. 부모의 재력이 학생을 다양성을 결정한다. 이러한 중학교의 경험과 성적은 고교입시와 연결되고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로 나눠진다. 고교 유형별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자율동아리 지원금은 곧바로 학종 평가요소 중 하나인 비교과활동과 직결되고 자사고와 특목고, 국제고에 집중적으로 그 예산이 배분된 것은 결국 일반고 학생들의 의욕을 점차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세상은 공정하고 노력은 불합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할 청소년들은 지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다. 사시 존치를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과 끈기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개천용의 싹을 자르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유리천장에 부딪히는 대한민국, 중학교부터 포기와 낙오를 배우고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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