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관의 설치보다 운영의 묘를 살릴 수는 없나
새로운 기관의 설치보다 운영의 묘를 살릴 수는 없나
  • 승인 2019.10.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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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사회를 양분시키며 국정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조국 전 장관의 논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함으로써 비록 여진(餘震)은 남아 있지만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상정되어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처리 문제가 다시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절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한 국내의 경제 사정과 국민들의 민생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당리당략에 빠져 이전투구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 이번 20대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

공수처 설치를 놓고 여·야 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면서 필자는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고자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왜 꼭 새로운 기구를 설치해야만 하는지,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지 않고서는 그 일을 해결할 수 없는지 매우 궁금하다. 공수처 신설 문제만 해도 신설되는 공수처가 담당하고자 하는 일들을 수행해온 조직과 기관이 그동안 없었다면 몰라도 이미 그러한 기능을 청와대 특별감찰관제나 민정비서실 및 검찰과 경찰에서 수행해오고 있지 않았는가?

공수처 설치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일환이다. 그리하여 그동안 반인권적 수사 관행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낙인찍힌 검찰의 특수부 7곳 중 3곳은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나머지 4곳은 형사부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동안 특수부에서 해왔던 기능들이 없어지겠는가? 이름만 바뀐 또 다른 부서에서 그 일들을 계속해서 수행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교육 구조상 대학입시 방법에 따라 초중등교육과정이 변하는 체제이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적합한 공정한 대학입시제도를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몇 차례의 입시제도의 변화를 도모하였다. 이때 각 제도들이 추구했던 이념이나 가치가 잘못된 것이 있었던가? 필연코 없다는 것이다. 전부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위법이나 탈법이 아닐지라도 편법이 난무할 수 있도록 운영되었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한 것일 뿐이다. 아직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조국 장관 딸의 대학입시에 있어서의 의혹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학입시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도입된 소위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방법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가진 자의 자녀들이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 스펙 쌓기를 통해 손쉽게 대입관문을 통과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상실감을 주었고, 많은 국민들에게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비대해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왔으며, 반 인권적인 수사관행으로 인해 현재 개혁의 대상이 되어 있고, 이를 추진하는 문 대통령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검찰 스스로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음을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이번 조국 수사와 같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검찰,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로 거듭난다면 굳이 민생을 도외시해가면서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면서 공수처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만약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될 공수처가 과거의 검찰과 같이 설치 목적과 다르게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등 잘못 운영되면 그때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인간이 만든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면성을 가진다. 핵(核)의 사용이 그러하고, 칼이 강도의 손에 쥐어졌을 때와 요리사의 손에 쥐어졌을 때가 다르듯이 말이다. 따라서 모든 제도나 조직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그 제도나 조직이 가진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시비비가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가진 지나치게 비대한 권력 때문에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어 반드시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해도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보다는 검찰이 가진 권력을 이번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과 같이 이미 설치되어 있는 기관 즉 법무부나 청와대로 분산하는 등 운영의 묘(妙)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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