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첫 번째 날 판사는 눈에 뵈는 것이 없다
형사재판 첫 번째 날 판사는 눈에 뵈는 것이 없다
  • 승인 2019.10.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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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국민적 관심의 대상인 조국 전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문서위조죄 재판이 지난 주에 처음으로 진행되었다.

일반인들은 추측하기를 첫 번째 재판일에 판사가 재판의 내용 및 증거기록을 열심히 검토하여 재판에 들어오고 검사와 피고인 및 변호인 역시 어느 정도 조사 내용 및 증거를 검토하고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 나라 형사소송법 제도 상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에는 공소장일본주의(일본:한장의 서류)라는 것이 있다. 검사가 기소할 때 법원에 미리 제출할 수 있는 것은 공소장(범죄 내용을 기록한 서면) 하나 뿐이고,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범죄혐의에 대하여 예단을 생기게 하는 증거 및 서류는 판사가 볼 수 있도록 미리 제출하여서 안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판 첫 번째 날 판사는 ‘정00교수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하였다’는 육하원칙에 따른 내용이 기재된 서면 달랑 1장만 볼 수 있고 나머지 증거는 보아서도 안 되고 볼 수도 없다. 이렇게 첫 번째 재판 날짜에 판사가 증거를 볼 수 없도록 만든 이유는 피고인이 ‘무죄 주장’을 위한 증거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판사는 미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보고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겠구나’라는 선입견 및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게 되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판사가 예단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 결국 재판도 시작하기 전에 검사가 미리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판사의 판단력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2~3배의 노력을 들어야 판사의 생각을 중립적인 상태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 및 서류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는 한 판사가 사전에 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고 그 가장 강력한 방법은 그러한 서류 자체를 법원 문턱으로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공소장일본주의다.

그 결과 첫 번째 재판 일에 판사는 사건 내용을 열심히 미리 파악하려고 하여도 아무것도 없으므로 파악할 수도 없고, 미리 파악하는 것도 공정한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반인들은 ‘첫 번째 재판 일에 판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불리한 증거를 잘 파악하고 들어 오겠지라’라고 실제 상황과 전혀 다른 순진한 기대를 하면서 재판에 임하게 된다.

검사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검사는 스스로 공소장을 직상히거 증거를 수집하고 만들어서 재판에 넘기는 사람이고, 첫 번째 재판날짜까지는 모든 증거를 본인이 다 가지고 있어 마음대로 볼 수 있고 미리 검토할 수 있으므로 첫 번째 재판 일에 판사, 검사, 변호인 중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검사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판사와 검사의 중간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재판에 임한다. 피고인 측은 수사기간 중에는 수사기밀 유지라는 차원에서 증거서류를 열람할 수 없지만 재판 중에는 원칙적으로 증거를 전부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첫 번째 재판일 이전에는 해당 증거는 판사가 아닌 검사가 전부 가지고 있으므로 검찰청을 방문하여 기록을 복사할 수 있고 주로 첫 번째 재판기일에 임박하여 기록 복사가 가능하므로 복잡한 사건의 경우 기록을 복사하여도 검토할 시간이 없어 역시 첫 번째 재판기일에는 까막눈 재판을 할 수도 있다.

정교수 문서위조 사건에서 검사가 공범 조사 등을 이유로 증거기록을 복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형사소송법 및 규칙에는 ‘피해자, 증인 등 사건관계인의 생명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건관계인의 신상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일부 내용을 가리고 복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이고 다른 제한 사유는 없으므로 ‘공범 수사에 악영향’을 이유로 한 재판기록 열람 및 복사 거부는 명백한 불법이고, 이에 대하여는 법원이 검사에게 복사를 허락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열심히 수사하고도 결국 법을 어기는 검사가 된다는 것은 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의 눈에는 ‘검사의 횡포’로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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