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실버마케팅은 존중과 섬김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실버마케팅은 존중과 섬김이다
  • 승인 2019.10.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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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중심에 등장한다. 2008년 코엔 형제가 감독한 이 영화는 다양한 해석과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뭐든지 하는 ‘힘 있는 자’ 앞에서 평범한 소시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일 뿐인 그야말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 세태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힘이 없는 노인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노인은 자신의 능력으로 세태의 변화를 감당해 내기 어려운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노인들이 무능력의 틀에 갇혀서 세상과 젊은이들에게 경시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오늘이 있기까지의 주역이며 따라서 마땅히 소중히 여김을 받아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노인들의 건강이나 일자리 등은 정부가 복지정책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민간 기업이 노인비즈니스에 선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구매력을 갖춘 실버세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 5천명(전체 인구의 14.9%)에서 계속 늘어나 2050년에는 1900만 7천명(39.8%)이 된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의 시장규모는 2002년 6.4조 원에서 2010년 31조 원, 2020년 72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버소비자들이 소비의 주도권을 쥐게 된 시대가 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도 50-60세대의 역할이 소비시장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우리 고장에서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신문이 창간되기도 하였다.

향후 노인들을 위한 고령친화산업은 높은 성장가능성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다. MIT에이지랩의 창시자인 조지프 F. 코클린은 그의 저서 『장수경제(longevity economy)』에서 고령화는 소비 형태에 여러 변화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실버소비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확하게 이해해야 실버비즈니스가 대참사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실버마케팅의 역할이 중요하게 나타난다. 실버마케팅에서는 실버소비자와 그들의 소비특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버소비자의 소비태도는 물론이고 이들에 대한 중장년층의 태도도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 예로써, 종전에는 실버소비자도 나이 지긋한 노인이 나오는 광고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멋지게 나이든 노인모델에 노년은 물론 젊은 층까지 환호하고 있다.

도브(Dove)는 96세의 아이린 싱클레어를 모델로 기용하여 ‘젊음만이 아름답다’라는 보편적 명제를 깨고 모든 계층의 소비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었다. 또한 전 세계 180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화장품 커버걸(Cover Girl)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로 2017년 당시 69세의 메이 머스크를 선정했다.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도 시니어 모델을 활용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근사하게 나이 먹는 노년이 젊은 층의 롤 모델로 부상한 것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김칠두씨(64), 코오롱스포츠는 배우 김혜자씨(77), 캠브리지멤버스는 노주현씨(73), 베스킨라빈스와 버거킹은 ‘사딸라 아저씨’로 유명한 배우 김영철씨(66)를 모델로 광고하고 있다.

실버들의 소비 키워드로 신뢰(또는 라뽀르), 자존심, 안전, 체면, 편리성, 신중성 등을 들 수 있다. 실버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신뢰이다. 심리학적 용어인 라뽀르(rapport), 즉 ‘상호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실버들은 중시한다. 신뢰는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실버소비자가 신뢰를 중시하는 정도는 젊은 층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이들은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를 지속하여 단골고객이 된다. 또 실버들은 남과의 비교 성향이 매우 강하다.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며, 여유시간으로 정보수집이 왕성하고, 안전을 생각하여 신중하게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다.

실버시장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탈실버’가 요구된다. ‘노인식’ ‘노인폰’ 등은 실버세대를 약자나 무능력자로 보는 노인차별로도 여겨진다. 누구나 젊어지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실버만을 위한 것’이라는 노인전용 개념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신 청춘’으로 여기는 동시에 어른으로서의 체면 유지를 바란다. 대개의 경우 실버소비자들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상품을 거부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알맞다고 여기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라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이렇듯 실버마케팅은 실버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버마케팅의 기본은 실버소비자들을 존중하고 이들을 진정으로 섬기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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