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과 실용성 공존…생활에 스며든 도자
예술성과 실용성 공존…생활에 스며든 도자
  • 황인옥
  • 승인 2019.10.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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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팔조서 도예가 인현식 ‘온기전’
전통성 바탕 ‘쓰임’ 가치 살린 茶도구
섬세한 문양에 푸른빛 감도는 백자
미니멀한 디자인 현대인 취향 부합
도예가인현식-개인전
갤러리 팔조에서 도예가 인현식 개인전이 내달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

 

인현식-인물1
도예가 인현식
전통이 전통에 그친다면 박물관행이 될 확률이 높다. 핵심은 현재성의 부재. 그렇다고 수천에서 수백년간 이어온 역사적 합의를 부정하기에는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 긴 시작 합의된 전통의 가치 또는 효용성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 서예, 한국화, 도자기 등 전통예술 분야 예술가들이 전통과 현대 사이의 접점 찾기에 몰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예가 인현식은 전통도예에 현재성을 확보하는데 도예가로서의 사활을 건다. 쓰임이라는 도자의 본질과 현대인의 미감 사이의 접점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전통방식을 무조건 고집하지 않아요.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현대방식이라도 주저하지 않아요.”

도예가 인현식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팔조 전시장이 백자 차도구의 향연으로 물들었다. 옆손잡이 줄무늬 다기세트, 참외무늬 은손잡이 다관과 워머, 꽃잎 다식그릇, 줄무늬 은손잡이 은칠 다기 풀세트, 라인 금부장식 다관세트, 도트금부장식 다관세트, 흑토 은칠 다기세트 등 구성이 다채롭다.

전시제목인 ‘온기전(溫器展)’. 따뜻한 체온이 흐르는 그릇이라는 의미인데, 인간의 체온과 함께 하는 도자기를 추구하는 작가의 철학이 담겼다. 작가는 “거창한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고, 지금 필요로 하는 쓰임 있는 물건을 만들며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쓰임’이라는 가치는 그가 장식적인 도자기 대신 차도구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업 초기에는 쓰임과 무관한 오브제 작품을 빚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쓰임에만 집중하고 있다. 차도구는 쓰임에 가장 부합하는 도자 중 하나로 주목됐다. “저는 쓰임을 전제로 하는 공예작가에요. 소비자의 선호에 맞는 도자기를 빚는 것이 처 번째 목표죠.”

인현식의 도자는 인기몰이 중이다. 그의 도자가 판매량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분명한 이유는 있다. 현대인의 감성을 파고드는 미니멀한 형태, 편리한 디자인 등이 현대인의 선호와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푸른빛이 도는 백자는 차도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차도구는 차향이나 차색, 차 맛을 제대로 드러내는 도구에요. 주인공이 차(茶)죠. 백색이야말로 차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으로 봤어요.” 푸른빛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시각적인 완결성이 있다. 반면에 차가운 느낌도 부각된다. 그러나 작가는 “문제 없다”고 했다. 사실 차가운 감성은 작가의 개인적 감성과 선호와 맞닿아 있다. “개인적으로 창백하고 차가운 느낌을 좋아해요.”

현대적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재해석된 백자(白磁)다. 전통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치는 아닌 것. 현대의 재료나 도구도 마다하지 않은 결과다. 작가는 가스가마나 1차 가공된 점토 ‘실크소지’ 라는 현대적인 재료와 도구, 손잡이 등에 동이나 금 또는 은 재료의 사용 등을 거부감 없이 활용한다. 전통에 제약을 두지 않는 태도는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으로부터 왔다. 전통 도자기 일지언정 현대의 시점에서 가능한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 한다. 형태나 쓰임은 전통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표면 장식 등 작가의 감성이 개입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의 자유로 호흡하려 하는 것이다. 줄무늬나 빗살무늬, 참외무늬 등 옛 선조들이 사용한 문양을 수용하면서 조각 과정에 작가의 섬세한 터치가 자유분방하게 개입된다. “도자기의 형태는 전통을 따르되, 표면 장식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좋아하는 제 취향의 결과죠.”

푸는 빛이 도는 백자, 딱 떨어지는 형태, 섬세한 문양 때문에 더러 공산품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이 ‘2011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때도 특유의 섬세함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참여 작가 600여명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완벽한 마무리와 제품으로서의 높은 실용성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그가 “최대한 정교하게 하려다 보니 종종 기계로 찍어냈다는 오해도 받는다”고 했다. “수작업이라는 티를 내려고 모양을 찌그러뜨려 보기도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 성향대로 하고 있어요.”

그는 2006년 경기도 안양시에 첫 작업실을 열었다 2009년 고향인 충남천안시를 거쳐 현재 경기도 이천에서 도농도예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도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자기가 하향길을 걷는다고 하지만 통계적으로 여전히 시장 규모가 적지 않다”는 것. “도자기는 공산품이 아닌 공예품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하고, 그런 인식은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 다만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하겠조.” 전시는 갤러리 팔조에서 내달 10일까지. 054-373-6802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인현식은 상명대에서 요업디자인을 전공했다. 2010년에 국제다구디자인공모전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청주공예문화상품대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1년 프랑스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홈·인테리어 박람회 ‘메종 오브제’에도 작품을 출품했으며, 2013 제43회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국무총리상과 2016, 2017, 2018, 2019 우수문화상품 K-Ribbon, 우수공예품 지정제도 K-CRAFT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프로필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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