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랑말랑한 이야기
10월, 말랑말랑한 이야기
  • 채영택
  • 승인 2019.10.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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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희
대구대산초등학교장




도로변 수풀 옆을 지날 때면 귀뚜라미들이 숨 가쁘게 울어 됩니다. 가을 끝자락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텃밭의 김장 배추들과 함께 귀뚜라미의 마음도 덩달아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생각과 느낌은 다르지만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또 지나가고 나이의 숫자로 쌓여져 갑니다.

늘어난 나이의 숫자만큼 지식이 쌓이고 생각과 마음이 깊어지고 넓어지면 좋으련만 기대와는 다르게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관념의 틀은 더욱 단단해지고 생각의 습관은 굳어져서 유연한 소통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려워져가고 있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과 점차 한정되는 인간관계, 빈약한 경험, 약한 도전의식 등으로 바람과는 다르게 뇌는 점점 더 단단하게 굳어져만 갑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른들을 비하하여 꼰대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섭섭해하기 이전에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정서적으로 나이가 갖는 가치의 무게는 상당히 유의미했고 때로는 줄 세우고 구분 짓는 일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나이의 구분이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나이는 유행가의 가사처럼 숫자에 불과하며 개인의 건강 관리, 마음 관리 정도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 되어버린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이로 줄을 세우거나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연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뇌의 나이를 평가하고 세대를 구분 짓는 시대입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말랑말랑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합리적인 생각이 몸에 밴 사람들로 대화와 협업을 통해 어느 누구와도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생각과 마음이 말랑말랑한 사람들은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어울림이 있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굳은살 하나 없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남의 의견에 잘 공감해주며 따뜻한 눈 맞춤으로 환호와 리액션이 풍성한 사람들입니다.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 걸음을 옮길 줄 알고 서로의 높이를 조절하여 허리를 굽히고 펼 줄 알며 앞사람의 표정을 보고도 뒷걸음을 걸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수면 위에 누운 달빛이 출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줄 알며 달빛이 우는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아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긴 호흡으로 커다란 숲을 가꾸어 가는 것과 같습니다. 삐뚤삐뚤 날아다니면서도 꽃을 찾아 앉는 나비를 떠올리며 주변을 살피고 조금은 여유롭고 넉넉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말랑말랑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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