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조 집필 책임자 “교육부가 편찬위 명의 도용”
박용조 집필 책임자 “교육부가 편찬위 명의 도용”
  • 승인 2019.10.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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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무원들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무단 수정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가운데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교과서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자신은 교과서 수정에 반대했음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28일 대전지법 형사5단독(서경민 판사) 심리로 열린 교육부 공무원들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2017년 9월 교육부 관계자로부터 ‘대한민국 수립’으로 돼 있는 교과서를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쳐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그러나 집필 책임자인 내가 요청한 것처럼 서류가 꾸며져 교과서가 수정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고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교과서의 내용이 바뀐다면 많은 민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일관성도 떨어진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교육부는 자체적으로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교과서 편찬위원회가 마치 수정을 요청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내 도장을 찍었다”며 “교육부가 교과서 수정 과정에서 편찬위원회의 명의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주도적으로 교과서를 수정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윗선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이어 “교과서가 수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출판사에 항의하자 ‘잘 알면서 왜 그러느냐?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바뀌는 것은 맞지 않고, 교육부가 앞장서서 그러한 일을 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교과서는 정치적 판단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 과장급 공무원 A씨와 교육연구사 B씨, 출판사 관계자 C씨 등은 2016년 집필된 2018년용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속 ‘대한민국 수립’을 2017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고 교과서 수정을 위한 협의회에 박 교수가 참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수정·보완 협의록에 박 교수 도장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편찬위원장인 박 교수가 수정에 반대하자 이들이 일부 교수와 교사를 위촉해 내용 수정을 협의한 뒤 교과서를 고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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