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부터 뽑자
화살부터 뽑자
  • 승인 2019.10.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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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햇살 좋은 어느 날,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어디선가 ‘슝~’하고 누가 쏘았는지 모르는 화살 하나가 그에게 날아왔다. 정확하게 그의 등에 꽂혔다. 얼마나 아팠든지 그는 바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보기에도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파 보였다. 그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이 빨리 화살을 뽑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등에 꼽힌 화살이 있어야 화살을 쏜 사람을 찾을 수 있고, 또한 찾고 난 후 그 사람이 미안해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박힌 화살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여주어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는 화살을 등에 꽂은 채로 화살을 쏜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왜 자신에게 화살을 쏘았는지? 실수인지? 아니면 작정하고 쏜 것인지? 꼭 찾아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작 가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평상시 늘 자신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니는 A라는 사람이 생각났다. A를 찾아갔다. 하지만 A는 생사람을 잡는다며 화를 내었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줬다. 자신은 오늘 하루 종일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 세울 수도 있다고 말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황상 A가 아닌 것 같았다. 그를 더 이상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 후 충분히 의심이 가는 몇몇 사람들을 더 만나서 확인해봤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날은 저물었고 더 이상 범인을 찾지 못하고 그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화살을 쏜 사람은 찾을 길은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화살은 그의 살을 파고 들어갔다. 살은 썩어 들어가고, 고통은 온몸으로 번졌다. 보다 못한 아내가 화살부터 뽑자고 얘기를 아무리 해봐도 그는 화살을 그대로 등에 꼽은 채 꼭 범인을 찾아서 자신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확인시켜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살면서 상처 받는 일이 참으로 많다. 그 상처를 필자는 화살로 한번 비유해 보았다. 그 화살이 누가 쏜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급하게 해야 할 일은 우리 몸의 살을 곪아 썩게 만드는 화살부터 뽑는 일이다. 범인을 찾으러 다닌다고 시간 보내는 동안, 몸의 고통과 상처는 더 깊어져 간다. 또 범인을 찾아냈다고 한들, 발뺌하는 그와 실랑이를 해야 하고, 겨우 자백을 받아 내본 들, 결국 우리 몸의 살만 썩어 들어갈 뿐이다.

만약 범인을 찾지 못한 경우라면 주위 사람들에게라도 위로를 받으려 한다. 현재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설명해야 하고, 설명을 한들 알아듣지도 잘 못하고 그러면서 또 아프고 시간이 지나고, 겨우 알아들어서 조금은 위로를 받나 싶겠지만 위로받는 동안 또 살은 썩어 들어간다.

심지어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이 가득 박혀있는 사람도 있다. 그는 친구에게 맞은 화살, 가족에게 맞은 화살, 세상 사람들에게 맞은 화살이 온몸에 가득하다. 누군가 아픈 그를 보고 안아 주려하지만 몸에 박힌 화살 때문에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과 포옹마저도 그에게는 아픔이 된다. 몸에 박힌 화살 때문에 사람들의 호의, 관심은 오히려 상처를 건드는 일이 되어 아픔만 더할 뿐이다. 결국 그를 걱정하고 안아 준 사람들도 그에게는 아픔을 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 세상사람 모두가 싫어진다.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아픔을 주기만 한다고 얘기한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와 우리 몸에 박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살부터 뽑는 일이다. 화살을 뽑고 상처부터 치료하고 볼 일이다. 그러지 않고, 누가 쏘았는지 사람을 찾으러 다니고, 또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그걸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니는 경우는 솔직히 어리석은 처신이다. 범인을 찾고, 위로를 받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화살은 날아왔고, 내 몸에 박혔다. 이때 빨리 화살을 뽑고 그 부위를 잘 치료해주자. 상처가 덧나지 않게 수시로 소독해주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연고를 발라 주자. 그러면 어느 날 상처는 아물게 될 것이고, 새살은 돋아 날 것이다. 그 자리에 흉터라는 흔적은 남을지 모르나 더 이상 우리를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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