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다시 피어난 청바지
꽃으로 다시 피어난 청바지
  • 황인옥
  • 승인 2019.10.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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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 겸업 미술작가 안영대
갤러리 토마서 설치작품 10여점 선봬
만질때마다 형태 변하는 시멘트 재킷 등
옷 오브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
 
안대영 작 ‘Sodiment of Space’
안영대 작 ‘Sediment of Spaces’

 

패션은 유행을 자양분으로 돌고 돈다. 그런데 유행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과연 소비자의 지분은 얼마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선택되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 유행이라 정의 내릴 때, 그것이 어쩌면 자본의 교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이다. 유행을 위한 내용이나 범위를 자본이 결정하고, 그 점에서 유행이야말로 자본 결정권이 절대적이라는 논리에 따른 의문이다.

뉴욕 FIT 패션 스쿨(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남성복 디자인을 공부한 안영대가 패션디자이너의 삶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밀려온 자괴감에 힘겨워 했던 것도 유행이라는 종교적 믿음에 함몰된 시장의 가벼움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유행을 쫓아 불나방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장의 가벼운 속성에 그도 쉬 젖어들었으면 무탈하게 패션디자인의 길을 갔겠지만 그러지를 못했고, 때늦은 사춘기의 방황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시 그는 브라질 아마존을 찾아 새로움에 대한 갈망들을 채워갔다. “패션도 그렇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팽배한 낮은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패션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죠.”

패션디자이너 안영대가 현대미술 작가로 찾아왔다. 갤러리 토마에 설치 작품 10여점을 걸었다. 옷을 오브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거대한 규모의 검정색 남방 3개를 나란히 벽면에 걸고, 청바지 16개를 연결한 형태의 작품도 천장에 설치했다. 재킷에 시멘트를 발라 말린 작품과 남녀 청바지를 하나로 연결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청바지 작품은 꽃이 피어나는 형태를 취하며, 재킷 또한 시멘트가 칠해져 만질 때마다 조금씩 형태가 변한다. “옷이라는 물성에 생명감을 주고 싶어서 꽃이 지닌 자연의 속성을 속성을 차용해 보았어요.”

비현실적인 크기의 셔츠나 16개의 청바지를 연결해 형성된 꽃 모양 등에서 공간감이 어른거린다. ‘공간’은 그가 주목하는 대상이다. 공간을 구현하고 싶은 열망에 대학 전공도 건축과 패션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결국 패션을 선택한 것도 ‘공간’과 관계됐다. “건축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패션은 하루 만에도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패션디자인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더 많은 저만의 공간을 창조하고 싶어서였죠.”

작품의 기반이 패션이다. 재단부터 봉제까지, 패션의 전반을 직접 컨트롤하고 제작할 수 있는 안영대의 정체성이 작품에 십분 활용된다. 실제 작업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결한다.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패션을 미술작품으로 펼쳐놓는다. 최근에 ‘RAUH RAUM’이라는 패션브랜드도 런칭했다. 이 브랜드로 유행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만의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로 만든 브랜드다.

패션을 기반으로 한 미술작품과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으로 접근하는 패션은 그의 손길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다만 진중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실되게 임하되, 누구도 제시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열어 보이고 싶은 목표 하나는 세워두고 있다. 그가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의 디자인을 의식하지 않고 완벽하게 저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다는 현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감으로 밀려왔어요.” 사진작가 박운재와 함께 하는 안영대의 2인전은 갤러리 토마에서 11월 9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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